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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뇌관' 오피스텔, 2년 새 전세보증 사고 5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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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이 전세사기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느슨한 규제를 등에 업고 갭투자자들이 쓸어 담았는데, 최근 들어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일보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주택 유형별 전세보증 사고 현황'에 따르면, 오피스텔 사고건수는 2020년 187건에서 지난해 970건으로 2년 사이 5배 넘게 급증했다. 아파트(922건→1,037건), 다세대(1,150건→3,160건), 연립주택(66건→184건) 등 다른 유형에 비해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올해 사고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올 1월부터 3월 말까지 오피스텔 전세보증 사고건수는 벌써 721건, 금액은 1,513억 원에 이른다. 3개월간 사고건수는 지난해 전체의 74%, 사고금액은 76%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는 사이 오피스텔은 이를 비켜나 갭투자자들이 몰렸다. 청약 자격 요건이 까다롭지 않고 대출 규제가 비교적 느슨한 탓에 단기 차익을 얻고자 수백 채를 사들인 소유자들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최근 전세금 피해 신고가 잇따른 동탄 오피스텔 소유자 또한 오피스텔 268채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가 크지 않은 점도 갭투자자들이 몰린 배경이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전세가율은 84.84%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매맷값의 84%를 충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연립·다세대·단독주택 등을 종합한 평균 전세가율 63.3%와 비교하면 턱없이 높은 수치다. 역전세난이 일어날 경우 세입자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실제 가격은 2년 전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부터 하락해 지난달 100.56으로 2021년 6월(100.6)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세가격지수도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달(102.3)엔 2021년 8월(102.47) 수준을 밑돌았다. 전셋값이 떨어지면 갭투자자들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오피스텔은 값싸고 소형 평수가 많아 급격히 오른 아파트값이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라며 "수요가 있는 동시에 소액 투자가 가능해 젊은 세대를 비롯한 갭투자자들의 투자처로 각광받았지만, 결국 깡통주택이 되기 가장 쉬운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매시장에 나오는 오피스텔도 폭증하고 있다. 지지옥션이 집계한 서울 오피스텔 경매진행건수는 지난달 97건으로 전달(77건)에 비해 크게 올랐다. 월 평균으로 따지면 △2020년 22건 △2021년 27건 △2022년 40건 △2023년 80건으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이에 반해 수요는 급감했다. 2월과 3월 오피스텔 낙찰률은 각각 7.8%, 10.3%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8%포인트, 12.6%포인트 줄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빌라와 비슷하게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매 신청한 건수가 상당히 늘었다"며 "집값이 떨어지고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서 아파트 대체재로서의 역할도 줄어든 데다 전세 수요도 적어 앞으로도 낙찰률이 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최근 2~3년간 가격이 폭등했던 주택들은 빌라,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아파트 할 것 없이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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