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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리스트 선제 복귀에도 미적지근한 日의 무성의

입력
2023.04.27 04:30
27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소인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소인수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도쿄=서재훈 기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26일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복원 여부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하겠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24일 우리 정부가 먼저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복원한 건 환영한다면서도 상응 조치엔 유보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심지어 "(재지정 여부에) 결론이 있지 않다" "한국의 향후 자세를 신중히 지켜보겠다"며 상호 복원에 무슨 조건이라도 있는 양 말했다. 먼저 성의를 보인 쪽을 농락하는 건가. 전날 주무장관인 경제산업장관이 밝힌 입장을 그대로 반복했다는 점에서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

주지하듯이 2019년 8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했다. 한 달 전 있었던 반도체 핵심소재 3개 수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이들 조치가 대(對)한국 보복책이었다는 사실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후 출간된 회고록에서도 인정한 바다. 한국 정부가 배상 판결금 지급을 제3자 변제 방식으로 떠안는 해결책을 내놓으면서 지난달 성사된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우선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풀겠다고 한 게 바로 그런 이유 아닌가. 화이트리스트도 속히 원상 복귀되는 게 옳다. 이제 와서 일본이 한국에 수출된 물자가 북한에 흘러가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없는지를 확인하겠다고 뻗대는 건 외교적 도의나 상식과 거리가 멀다.

일본 정부의 행태는 다분히 국내 정치를 의식한 것이겠지만 상대국인 한국의 여론도 살피며 자중하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 부담에도 한일관계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정상회담에서 많은 양보를 얻어낸 일본이 역사 왜곡 기술,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반성 없는 태도를 고집하면서 모처럼 열린 양국의 미래 전망이 과거사 논란에 잠식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일본 무릎' 발언 논란도 한 사례다. 더 늦기 전에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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