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청 후 14개월 공항 노숙 외국인... 정부 상대 소송 제기

입력
2023.04.26 17:00
수정
2023.04.2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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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객' 이유로 14개월간 공항 억류
법원 "환승객에도 난민신청권 있어"
8400만 원 배상 청구…"위법한 구금"

사단법인 두루 제공

사단법인 두루 제공

한국 정부의 난민 신청 거부로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에서 14개월간 노숙 생활을 해야 했던 외국인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프리카인 A씨는 25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8,40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A씨는 2020년 2월 인천공항에서 "정치적 박해로 가족과 지인 등 10여 명이 살해당했다"며 한국 정부에 난민 신청을 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A씨가 환승객에 불과해 난민 신청서를 쓸 자격이 없다며 접수를 거절했다. 입국 허가도 받지 못한 A씨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43번 게이트 앞 소파에서 지내야 했다.

A씨의 노숙은 2021년 4월 법원 판결로 끝이 났다. 국가를 상대로 "환승객에게도 난민신청권이 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인천지법이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의식주·의료 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A씨 입국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인천지법은 같은 해 8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이 A씨의 난민 신청을 접수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위법한 구금"이라고 결론 내렸다.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역시 "환승객에게도 난민 신청권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법무부 측 상고 포기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씨 측은 정부의 위법한 '공항 구금'이었다는 입장이다. 공익변호사 단체인 사단법인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는 "부당하게 공항에 억류돼 끼니를 거르고 제대로 된 잠자리도 없이 노숙하는 등 최소한의 존엄성이 무시된 상태에서 1년 2개월을 견뎌야 했다"며 "(이 같은) 위법한 행정으로 한 사람이 장기간 고통받았지만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했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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