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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빗나가는 화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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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뤄 낸 연금개혁을 보노라면, 답답한 우리 현실로 인해 숨이 막혀온다. 최근 국회와 행정부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들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가 지난달 31일 발표되었다. 이 재정추계 결과에 대한 행정부 입장은 다음과 같다.
연금 역사가 오래된 대부분의 선진국은 부과방식으로 적립기금이 없이 운영한다고 했다. 인구 중위가정에서의 부과방식 보험료가 최대 34%, 초저출산 가정에서는 최대 42%로 예상된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가 정리한 첫 번째 시사점이 선진국은 부과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거였다. 부과방식은 연금재원을 당해연도 가입자에게 부과하다 보니, 기금소진(2055년) 이후에는 그 당시 경제활동인구가 대부분 부담하게 된다. 부과방식 보험료 42%의 의미는 국민연금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당시 경제활동인구 월급의 42%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어떤 방식으로든 걷어야 제도가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다.
2055년까지 지급할 적립금이 있으니, 지금 당장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의 재정 안정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가 연금 개혁을 하지 않아서, 동일한 수준의 재정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5년 만에 보험료율을 2%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는 추계 결과가 나왔는데도 말이다. 5년 전에 비해 더 악화된 출산율 등으로 윤석열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 때의 2%포인트보다 더 많이 올려야, 예를 들자면 3%포인트 정도를 추가로 더 올려야 동일한 수준의 재정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행정부의 현실 인식이 답답하다는 거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수준의 재정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과 10년 만에 추가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5%포인트 정도 더 걷어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서 하는 말이다. 지난 25년 동안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단 1%포인트도 올리지 못한 나라가 우리이다 보니, 답답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거다.
이처럼 악화된 재정추계 결과에 대해, 행정부는 국민연금 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더 높이면 기금소진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보험요율 2%포인트 인상 효과)면서, 정작 시급한 제도 개혁의 필요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보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더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필자 역시 동의한다. 기금운용본부가 전북 전주에 위치하다 보니, 수익률 제고에 필요한 핵심 인력, 예를 들자면 대체투자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수익률이 낮아지는 현상에 대한 행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의 답답한 마음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부담과 급여 수준 사이의 괴리, 즉 수지균형 차원에서 제도 불균형이 심한 상태에서는 기금 수익률 제고를 통한 재정 안정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국민과 먼저 공유했어야 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우리와 유사한 수준의 국민연금 급여율을 지급하는 나라들이 우리만 못해서 우리보다 보험료를 2배 이상 더 걷겠는가? 연금제도의 수지 균형을 맞추고, 미적립 부채 증가를 억제해 후세대에 대한 부담 전가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그리하는 것이다. 미적립 부채란 이미 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액수 중에서 부족한 금액을 의미한다.
우리가 연금을 배워 온 일본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연금제도를 부과방식이라고 부른다. 그런 부과방식의 일본 후생연금은 100년 뒤인, 2123년에 가서도 1년 치의 연금을 줄 돈을 확보하고 있다. 부과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대다수 선진국은 이미 연금재정의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연금 운영에서의 탈정치화와 재정적인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시급한 개혁은 미루면서, 우리처럼 선거 때마다 연금 더 주겠다는 포퓰리즘이 활개 치는 선진국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주요 선진국에서 공적 소득비례연금을 가장 늦게 도입한 국가에 속하는 캐나다(CPP)는 150년 뒤에도 연금 지급할 돈 100%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예를 국민에게 왜 알리지 못하는가?
국회 연금특별위원회는 연금급여율과 보험료 조합이 핵심인 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의 관련 수치를 모두 뺀 맹탕 보고서를 제출했다. 세 차례 진행된 특위 공청회 주제도 기초연금, 퇴직연금,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다. 연금특위 설치 목적이었고, 국민 관심이 제일 큰 공적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 공청회는 없었다. 행정부와 국회의 최근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하는 이유들이다.
최근 행정부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가 1,181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공무원 1인당 연간, 즉 매년 2,000만 원이 넘는 운영원가(2021년 기준)의 상당 부분이 이미 미래세대로 전가되고 있다. 공무원·군인연금제도 운영원가의 절반도 안 되는 18% 보험료율로 인해 연금충당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음에도 지금껏 그리해 왔듯이 충당부채가 늘어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행정부의 입장이다. 그러한 공무원연금의 올해 적자 보전액, 즉 공무원과 국가가 부담하는 18% 보험료율로 퇴직 공무원의 연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해서, 국민 세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금액이 올 한 해에만 6조1,000억 원에 달한다. 서울대 교수를 포함한 대다수 교수들이 가입해 있는 사학연금 미적립 부채는 170조 원으로, 33만 명 가입자 1인당 5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연금개혁을 통해 2030년 한 해 예상되는 20조 원의 연금적자를 해결하려는 프랑스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프랑스의 연간 20조 원 연금 적자가 전체 국민 대상인 데 비해, 우리는 소수의 공무원연금 등 특수 직역가입자 연금의 적자액이, 머지않아서 프랑스가 절약하려는 전체 국민 대상의 적자액과 맞먹을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서 그러하다.
지난 3월 말 발표된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급여율을 40%로 유지하면서, 10년 내에 보험료를 6%포인트, 즉 15%까지 올리면 누적 적자가 3,700조 원가량 절약될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가 연구진으로 참여해 추산했던 보험료 인상이 없을 경우에 예상되는 누적 적자 7,752조 원의 절반 정도 규모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15%까지 올려도, 늘어날 누적 적자의 절반 정도만 줄일 수가 있어, 누적 적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 사회는 공적연금 강화라는 명목으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지급액을 올리자는 목소리가 더 크다. 그러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등 젊은 층에서 '이렇게 운영할 거면, 차라리 연금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거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향후 60년 동안 상당수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연금 누적 적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 세계에서 연금제도를 운영할 여건이 제일 좋지 않은 우리가 배워야 할 연금개혁 방향은 다름 아닌, EU 회원국처럼 연금 누적 적자를 줄여가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개혁함으로써 절약될 재원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할 수 있게, 즉 북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최저소득 보장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글로벌 연금개혁 추세에 동참하는 방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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