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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간호법 논란에 "PA 간호사 관리체계 마련, 업무범위도 조정"

입력
2023.04.25 17:36
수정
2023.04.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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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업무 중 '의사가 할 일·간호사가 할 일' 구분
정부 "PA 간호사 합법화 아냐, 직역 간 갈등 커져"
방문형 간호사 영역 넓히고 배치인력 기준도 강화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21년 5월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연 현장 좌담회에서 PA 간호사들이 가면을 쓰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21년 5월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연 현장 좌담회에서 PA 간호사들이 가면을 쓰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의사 대신 수술·시술·처방을 하는 'PA 간호사(진료지원인력·Physician Assistant)'에 대한 관리 체계를 만든다. PA는 한국 의료에 없는 제도로 의료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노조 추산에 따르면 현장에서 활동하는 PA 간호사는 약 1만 명에 달한다. 이미 의료계의 암묵적 관행이 된 게 현실인 만큼 법과 일선 현장의 괴리를 메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치인력 기준을 개선하고, 방문형 간호사의 업무 범위도 명확히 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당초 간호사의 날(5월 12일)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간호법 제정안(간호사의 업무 범위 구체화와 처우 개선)'을 둘러싼 의료계 갈등이 커지자 서둘러 발표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국회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간호법 제정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우선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의사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간호사가 의사 대신 절개·봉합·수술 기록지 작성·대리 처방 등을 하는데, 의료법상 불법이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도 문제지만 불법이라 의료 소송에 휘말리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어 PA 간호사들은 불안을 호소한다.

정부는 PA 간호사들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할 의료행위와 PA가 해도 괜찮은 행위를 구분해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1~3㎝가량 간단한 절개·봉합은 PA가 해도 괜찮지만, 복부 전체를 절개하는 위험한 의료행위는 반드시 의사가 하도록 조정한다는 것이다. 임강섭 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법상 반드시 의사가 수행할 업무인지, 적정 교육·훈련을 받은 간호사에게 위임해도 되는 업무인지 분장을 명확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의 의료행위와 가짓수, 환자 상태에 따른 변수가 상당히 많아 한꺼번에 이를 다 조정할 수는 없어 단계적으로 분류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진료·수술 기록지에 '어떤 의사가 지시를 내렸는지'도 기록해야 한다.

간호법 쟁점인 '지역사회 의료 행위' 절충안 마련한 정부

대한간호협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서 간호법 제정이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대한간호협회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에서 간호법 제정이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복지부는 업무 범위 조정이 "PA 합법화는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미국·영국 등 일부 국가는 PA 면허제도를 운영해 별도 직역으로 인정하지만 정부는 별도 면허를 도입하는 건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의사를 비롯한 다른 의료 직역이 반발할 경우 갈등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 과장은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현행 직역별 법률 체계 안에서 충분히 역할 분담을 통해 조율할 수 있다"며 "새로운 직역을 만들면 사회적 갈등이 불거져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간호법의 쟁점인 '의료기관 밖, 지역사회에서의 의료 행위'도 조정했다. 대한간호협회는 노인 인구 증가로 돌봄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만큼, 간호법을 제정해 이를 간호사의 업무 범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다른 직역단체는 간호사가 의료기관 밖에서, 지역사회에서 단독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방문형통합제공센터'를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한 팀이 돼 지역 1차 의료기관과 연계해 방문형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다만 방문 간호 시 의사의 지시서나 처방서가 필요하며 처방한 범위 안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내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미 올해부터 지방자치단체 보건사업에 참여하는 간호사가 환자의 집에서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측정할 수 있게 의료법상 유권해석을 변경했다. 정부는 시범사업 기간 현장 의견을 듣고 방문 간호사가 해도 괜찮은 의료 행위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협회와 간호사협회, 다른 직역단체와 의견을 조율했다"며 '지역사회 의료 행위'에 대한 접점을 찾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 인력배치 기준을 강화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이 돌보는 환자가 5명이 되도록 하고, 중증 수술환자, 섬망·치매 환자 병실은 간호사 1명당 환자 4명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간호사 배치 기준 1대 5는 보건의료노조의 요구 사항이다. 간호조무사의 경우 현재 1명당 환자 30~40명에서 8명 수준으로 개선한다. 3교대로 근무하는 교대제도 개편한다. 간호사들이 선호하는 교대 방식을 다양화해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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