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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60㎞ 던지는 투수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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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빠르고 강한 것을 숭앙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한국야구가 뒤늦게 구속 혁명에 동참했다. 한화 이글스의 2년 차 우완투수 문동주가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시속 160.1㎞의 속구를 던지면서다. 그는 한국프로야구(KBO)에서 160㎞를 넘긴 첫 한국인 선수가 됐다.
□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고 구속은 쿠바 출신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 세운 105.8마일(170.3㎞)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문동주를 비롯해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김서현(한화 이글스), 고우석(LG 트윈스) 등 160㎞에 가까운 투구를 하는 투수가 늘어가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류현진·김광현 세대 이후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 자원의 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KBO에 새로운 황금세대가 등장하는 걸까. MLB 선발투수들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과 비교해 보면 안우진은 10위권, 문동주는 15~20위 정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시속 145㎞ 속구의 경우, 포수 미트에 도달하는 시간은 약 0.4초. 문동주가 던진 160.1㎞의 공은 스트라이크존 하단을 관통하는 잘 제구된 공이었고 타자는 바라만 봤다. 하지만 투수만큼 타자도 진화한다. 강속구를 가르는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포수는 순간 공기가 잘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 그러나 야구는 구속만의 경쟁은 아니며, 여기에 묘미가 있다. 김현수(LG 트윈스)는 김서현의 155㎞ 강속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었는데, 김서현은 이후 김현수에게 휘는 변화구만을 던져 삼진을 잡았다. 최근 8회 1사까지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투구를 했던 백정현(삼성 라이온즈)의 당일 최고 구속은 138㎞에 불과했다. 덧붙여, 야구장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사람은 투수가 아니다. 외야수들이 점프를 하거나 달리면서 던지는 공은 투수가 서서 던지는 것보다 시속 16㎞ 이상 빠르다. 외야수가 ‘레이저 송구’로 주자를 아웃시키는 ‘보살(補殺)‘이 야구경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비 장면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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