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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밉다고 수출까지 내던질 건가

입력
2023.04.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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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광둥성 광저우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 기지를 찾았다. 인민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광둥성 광저우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 기지를 찾았다. 인민망 캡처


또다시 우울한 기록이 나왔다. 관세청이 공개한 4월 1~20일 수출액이 1년 전과 비교해 11.0% 줄었다. 무역수지는 41억 달러 적자. 이대로라면 7개월 내리 수출 감소, 14개월 연속 무역 적자가 확실하다. 올해가 넉 달도 안 됐는데 벌써 역대 가장 큰 무역 적자를 낸 지난해의 절반을 넘었다. 경상수지도 11년 만에 처음 두 달 연속 적자였다. 특히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린 최대 수출품(비중 20%) 반도체와 최대 수출국(비중 25%) 중국의 부진이 뼈아프다. 이 기간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39.3%나 주저앉았다. 대중국 수출액은 26.8% 떨어지며 어느새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됐다.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중국과 반도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최근 만난 중국 전문가는 "지피지기(知彼知己)해야 백전백승(百戰百勝)인데 정부 관계자 누구도 중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며 "곧 좋아진다는 근거 없는 기대만 쏟아낸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몇 달째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외쳤다. 경제가 상반기에 어렵지만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의 낙수 효과를 보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발표했다. 지난해 7월 2.9% 이후 10월(2.0%), 올해 1월(1.7%), 4월(1.5%)까지 네 차례 연속 내렸는데 주요 20개국(G20) 중 한국이 유일하다. 수출로 먹고사는데 올해 내내 어려움을 겪고 되살릴 뾰족한 수가 안 보인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역대 정권은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을 놓고 균형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대놓고 중국과는 멀어지고 미국과는 가까워지려고 했다. 지난해 6월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20년 동안 누려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은 끝나가고 있다"며 "대안 시장이 필요하며 유럽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후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만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이름을 올리고, 미국·일본·대만 등과 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 참여 뜻을 밝혔다.

그 결과는 어떤가.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현대차·기아를 궁지에 몰아넣더니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체 공급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까지 나왔다.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빼고 반도체 기업들에 초과 이익을 토해내라더니 아예 한국 기업을 중국 옭아매기에 이용하려고 한다.

반면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미국의 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외국산 대신 중국산 장비를 쓰려고 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장비 국산화율은 2021년 말 21%에서 2022년 상반기 32%로 올랐고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액은 51.9%나 줄었다.

중국이 미워도 경제를 살리려면 정부는 달라져야 한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광저우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찾아 '잘 해보자'며 손을 내밀었다. 못 이긴 척하며 그 손을 잡아야 한다. 아직도 중국에 기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박상준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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