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수출 12.6% 감소…"반도체 착시에 가려졌던 주요 품목 감소세 영향"

입력
2023.04.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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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25일 '무역현안 관련 언론 간담회'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무역현안 관련 제2차 언론 간담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무역현안 관련 제2차 언론 간담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1분기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가 이끌었던 수출 호황이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전체 수출 산업의 밑바탕이 약해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가 25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최근 수출입 동향 평가 및 대응 방향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발표했다. 무협에 따르면 올 1분기 수출은 1,515억 달러, 수입은 1,7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6%, 2.2% 감소했다. 무역적자 규모는 225억 달러로 집계됐다.

최근 수출 부진을 겪고 있는 근본적 원인①반도체 수출 부진과 ②최근 반도체를 뺀 대다수 품목들의 수출 산업 기반이 꾸준히 나빠졌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반도체를 포함한 중간재 수출은 9% 증가했지만 1분기 -19.5%로 돌아섰다. 특히 반도체 중간재 수출국인 중국(-29.6%), 베트남(-27.5%), 홍콩(-44.7%), 대만(-37.9%) 등의 수출이 모두 감소하면서 국내 반도체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체기에 접어든 반도체 업황을 대체할 다른 품목들도 최근 몇 년 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7년(2016~2022년) 동안 반도체와 그 외 품목 연평균 수출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반도체가 10.8% 증가하는 동안 반도체 외 품목은 2.6% 오르는 데 그쳤다. 선박, 자동차, 전자, 기계 등 비(非)장치산업 수출 증가율은 -2.3%로 오히려 감소했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5%로 주요 수출국가 중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반도체 경기 호황이 착시를 낳아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다른 산업 수출 기반이 약해지는 상황을 못 봤다"고 설명했다.

무협에 따르면 수출 산업 기반이 부실해져 우리나라 전체 상품의 세계수출시장 점유율은 2018년까지 3%대를 유지해 왔으나 2019년부터 2.85%, 2020년 2.9%, 2021년 2.88% 등 2%대로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마저 급감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세계수출시장 점유율은 2.74%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무협은 최근의 수출 부진을 이겨내기 위해 △고금리·세금부담 완화와 징수 유예 등 대책 △생산유연성 및 가격 경쟁력 높이기 △경쟁국과 동등한 세제지원 환경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법정 근로 시간을 따지기보다 주당 실질 근로시간을 줄여가면서 시장 수요 변화에 대처할 수 있도록 노동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나친 규제 사항을 9월까지 찾아 내년 4월 총선 전후 여야에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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