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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100년 전 일 때문에 일본에 사과 강요 안 돼"

입력
2023.04.24 17:00
수정
2023.04.24 18:3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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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빈 방문 앞두고 WP와 인터뷰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엔 "교전국 관계 고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초청으로 이날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에 대해 "100년 전 일어난 일 때문에 일본에 사과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국의 안보 사안이 너무 시급해 일본과의 협력을 지연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윤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유럽은 지난 100년 동안 여러 차례 전쟁을 경험하고도 전쟁 당사국끼리 미래를 위해 협력할 방법을 찾았다"면서 "나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있다거나,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이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결단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라며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에 대한) 설득에 있어서는 저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국의 안보 문제가 너무 시급하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력을 미룰 수 없다면서,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을 결코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를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으로 발표한 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 중인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해선 "우리나라와 전쟁 당사국들 간 여러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불법 침공을 당한 상태이고, 다양한 범위의 지원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어떻게, 무엇을 지원하느냐 문제에 있어선 우리나라와 교전국 간 다양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시) 인도 지원에만 머물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전쟁 당사국 관계를 고려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작된 5박 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에 대해 "양국 국민들이 두 나라의 동맹과 그간의 성과에 대한 역사적인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도록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양국 관계에 대해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이라며 "무엇보다도 가치에 기반을 둔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윤 대통령이 과거 검사 시절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외압에 맞서다 좌천된 '강골 검사'로 주목받아 대권까지 올랐다고 소개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정당 간의 경쟁인 선거에 이런 기관이 조금이라도 개입을 하고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킨다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때로 돌아가면 동일한 생각으로 일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을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나이 들어서, 50이 다 돼서 제 아내를 만나 결혼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00년 전 역사 때문에 일본에 사과를 강요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당황스럽고 참담하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인가'라고 의심이 될 정도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수십년간 일본으로부터 침략 당해 고통받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발언으로 생각되고, 대통령의 역사 의식이 과연 어떠한지 생각해보게 되는 발언 같다"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은 문자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식의 접근이 미래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라며 "한일관계 개선은 미래를 향해서 가야할 길"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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