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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보궐선거 이기고도 못 웃어…더 복잡해진 ‘중의원 해산’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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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일본 중의원·참의원 보궐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5개 선거구 중 4곳에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 격이었다. "3석만 유지해도 승리"라던 목표를 초과 달성했지만 기시다 총리는 활짝 웃지 못했다. 자민당 텃밭이었던 와카야마현 와카야마 1선거구를 야당인 일본유신회에 내줬고, 다른 지역에서도 압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의원 해산 시기를 고르는 기시다 총리의 셈법도 더 복잡해졌다.
24일 오전 도쿄 총리 관저에 들어선 기시다 총리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자민당이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운 것을 ‘제대로 해내라’는 질책과 격려를 들었다”고 평가하며 ‘격려’보다 ‘질책’을 앞세웠다.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할지 여부에 대해서도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민영방송 닛폰텔레비전(닛테레)은 “승리의 고양감이 없다. 선거 결과는 좋았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자민당 중진의 분석을 전했다.
가장 뼈아픈 것은 기시다 총리가 폭발물 테러를 당한 와카야마 1선거구를 일본유신회 소속 정치 신인에게 내준 것이다. 와카야마현은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과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 등 자민당 거물을 배출한 지역으로, 두 거물의 세력 다툼 끝에 인기가 별로 없는 후보를 공천한 것이 패착이 됐다. 기시다 총리가 투표 전날 지원 유세를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자민당은 의원 선거구 4개를 지켰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 지역구였던 야마구치 4선거구를 제외하면 모두 박빙 승부였다. 야마구치 2선거구에선 아베 전 총리의 조카이자 아베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전 방위장관의 아들이 후보로 나섰지만, ‘무능력한 세습 후보’라는 비판에 시달리다 가까스로 승리했다. 지바 5선거구에선 5개 야당이 모두 후보를 내 야권 표가 쪼개졌는데도 자민당 후보가 입헌민주당 후보에게 3%포인트 차로 이겼다. 참의원 오이타 선거구에서는 341표 차이로 신승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바탕으로 중의원 해산 시기를 결정하려던 기시다 총리의 고민이 커졌다. 그간 자민당에는 "이번에 4승 또는 5승을 하면 여세를 몰아 올해 6월 21일 정기국회 폐회 전에 조기 해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려 있었다. 시간을 끌면 야권에 반격 기회를 주게 되므로 빨리 해산하고 자민당 조직력을 바탕으로 총선을 치르자는 논리였다. 그러나 민심이 자민당에 몰표를 주지 않으면서 당장 총선을 실시하는 데 대한 회의론이 커지게 됐다.
기시다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가 내년 9월까지라는 점도 변수다. 총재 재선을 바라는 기시다 총리로선 내년 총재 경선 시점에 맞춰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총선 승리를 이끈 지도자"로서 투표 없는 총재직 당선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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