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올해는 우리 외교의 근간인 한미동맹 70주년인 데다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다. 정상회담과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 하버드대 연설 등 다양한 일정이 잡혀 있다. 미국의 환대 속에 전통적 군사·안보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첨단기술동맹으로 나아갈 획기적 디딤돌이 돼야 한다.
심각해진 북핵 위협에 대응할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가 당면한 과제다. 북한은 최근 고체연료를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고, 이는 한미의 킬체인 등 ‘3축 체계’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 불안을 잠재울 실질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한미는 ‘한국형 핵공유’에 맞먹는 내용을 명문화할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우리 영토에 미국 본토 수준의 억제력을 보장받도록 두 정상이 합의에 이르길 바란다.
경제 현안 해결은 이번 순방의 또 다른 관건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기업들만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에 올렸고, 반도체지원법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려면 기술과 영업비밀을 미국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제한적 예외를 인정받았지만 중국 공장을 증설해선 안 된다는 독소조항까지 있다. 미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굴기를 막기 위해 압력을 가하는 과정에, 우리의 대표적 수출품목이 동맹국 미국에 의해 고사되는 위기는 막아야 한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대통령에 재계 총수 및 기업인 122명이 동행하는 만큼 국내 기업의 차별 해소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방미를 바라보는 국민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대통령실은 도·감청 의혹에 대해 미국 입장을 방어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대만 문제를 꺼내 러시아·중국과 마찰을 빚었다. 어느 한쪽의 출혈이 크다면 진정한 동맹이 될 수 없다. 국빈 방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윈윈'하는 길을 찾기 바란다. 이와 함께 방미 일행은 ‘해외순방 리스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거수일투족 절제된 행동과 화법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국익 우선 외교’를 실천해 귀국 후 시급히 국정동력을 회복하길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