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고 멀어요"... 인천 전세사기 임시거처 두 달간 12가구 입주 그쳐

입력
2023.04.25 04: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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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주거지원 주택 63%가 '6평 미만 원룸'
피해 집중 미추홀구서 먼 지역에 몰려있어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 십정동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24일 오전 인천 부평구 십정동 인천시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전세사기 피해자들 위한 핵심 대책인 긴급주거지원이 피해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규모도 작고 기존 생활권과 접근성도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인천에 마련된 임시거처 10채 중 4채는 20㎡(6평) 미만 원룸이고, 물량의 절반 이상은 전세사기 피해가 집중된 인천 미추홀구에서 차량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인천 서구에 집중돼 있었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도시공사(iH)가 인천에 확보한 긴급주거 지원 주택은 각각 226채와 12채다. 이 중 91채(38.2%)는 전용면적 6평 미만의 원룸이다. 20~59㎡(6~18평)는 122채(51.2%), 60~85㎡(18~25평)는 25채(10.5%)였다. 주택이 위치한 지역도 53.3%(127채)가 서구에 있었고, 미추홀구 54채(22.6%), 남동구 36채(15.%) 등 순이었다. 긴급주거지원 주택 입주기간은 기본 6개월로, 연장을 원할 경우 심사를 거쳐 최장 2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보증금 없이 시세 30% 수준의 임대료와 관리비만 부담하면 되지만 실제 입주율은 저조하다.

실제로 2월 23일 첫 입주 후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체 물량의 95%가량이 비어있다. 이날까지 불과 12가구만 입주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미추홀구에만 3,079가구가 몰려있다. 이 중 67.6%(2,083가구)가 경매 대상이고 이미 경매에 넘어간 가구가 상당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긴급주거지원에 손을 내민 피해자들의 비율은 저조한 편이다.

피해자들이 자리를 잡은 긴급주거지원 주택 크기는 60㎡(24평) 이상이 2가구, 50~59㎡(15~18평)가 7가구, 40~49㎡(12~15평)가 3가구로 모두 40㎡ 이상이다. 계약이 마무리돼 입주를 앞두고 있는 4가구도 19㎡ 1가구를 제외하곤 모두 가장 규모가 큰 80㎡(24평) 주택이었다. 긴급주거지원은 피해자가 신청하면 보유한 주택 목록을 제공하고, 서류상으로 고른 주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배정과 계약이 이뤄진다.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했다가 추가로 전세자금 저리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하겠다고 접수를 취소한 경우도 한 건 있었다. 6평이 안 되는 규모의 소규모 원룸 위주인 데다가 기존 생활권에서 멀다 보니 전세사기 피해가 몰린 미추홀구 거주 피해자들 입장에선 선뜻 입주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추홀구 숭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 피해 가구 상당수가 역세권의 투룸이나 스리룸의 신축 빌라"라며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가구원수나 살림살이를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LH 매입 임대 주택 제도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혀, 긴급주거지원은 더욱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1인 가구의 경우에도 40㎡ 이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까지 대형과 중형 평형 물량이 남아있는데다, 현재 27가구가 주택 열람을 하고 있어 입주율은 조만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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