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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무소 돈으로 '코인' 사고, 유령 점포로 상품권 '깡'... 부패범죄 '천태만상'

입력
2023.04.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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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4대 부패범죄' 6개월 특별단속
1700명 검거... '재정비리' 사범만 58%
지자체장 등 고위직 48명도 비리 적발

경찰 로고. 경찰청 제공

경찰 로고. 경찰청 제공

#1. 울산 울주군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7급 공무원 A씨는 가상화폐(코인) 투자로 수억 원을 날렸다. 손실 만회 자금이 필요했던 그는 공금에 손을 댔다. 운영비 지출 등의 결재를 올려 집행 허가를 받은 후 예산을 개인계좌로 빼돌려 코인에 투자했다. 이렇게 횡령한 돈만 2억 원이 넘었다. 울주경찰서는 올 초 A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2. B씨 등 3명은 2018년 9월부터 약 1년간 법인 명의로 경남 고성군과 거제시가 발행하는 지역상품권 20억 원어치를 10% 싸게 구입했다. 법인의 상품권 구매한도(개인 월 50만 원)가 없다는 허점을 파고든 것. 할인받은 상품권은 지인과 친구 명의로 세운 ‘유령’ 가맹점 28곳에서 정상가 현금으로 바꿔 2억 원의 차익을 남겼다. 경남경찰청은 이들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부터 ‘공직자 등 4대 부패범죄’ 특별단속을 실시해 1,727명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혐의가 중한 25명은 구속됐다. ①금품수수 ②재정비리 ③권한 남용 ④부정 알선ㆍ청탁이 수사 대상이 됐다.

'4대 부패범죄' 세부 유형별 검거 현황. 경찰청 제공

'4대 부패범죄' 세부 유형별 검거 현황. 경찰청 제공

유형별로는 혈세를 남용한 재정비리 사범이 997명(57.7%)으로 가장 많았다. B씨처럼 지방자치단체나 협회, 시민단체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 등을 편취ㆍ횡령한 범법 행위(858명ㆍ86.1%)가 다수였다. △권한 남용(361명ㆍ20.9%) △금품수수 (268명ㆍ15.5%) △부정 알선ㆍ청탁(101명ㆍ5.8%)도 적지 않았다.

공직자 비리 사범은 355명으로 집계됐는데, 305명(85.4%)이 국가ㆍ지방공무원이었다. 실무를 담당하는 5급 이하 공무원(276명ㆍ90.5%)이 대다수였다. 경찰 관계자는 “직급이 낮더라도 오랜 시간 해당 분야에 재직하며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자치단체장(4명), 지방의원(15명), 4급 이상 공무원(29명) 등 정치인 및 고위직 48명도 비리 명단에 포함됐다. 최근 서울청은 2015년 경기도 투자진흥과장으로 일하며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400만 원 상당의 업체 뇌물을 받은 강현도 오산시 부시장을 검찰에 송치했다. 부산청도 시교육청 공무원 합격예정자를 발표 전 외부에 알린 혐의(공무상비밀누설)로 김석준 전 부산교육감을 검찰에 넘겼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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