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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술동맹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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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서 북핵문제와 더불어 경제안보 이슈가 주요 어젠다로 논의되고 있다. 첨단기술과 공급망을 둘러싼 협력이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한미관계가 기술동맹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인식이 현실화되고 있다. 첨단기술이나 공급망 부문에서 미국과의 협력 강화가 우리에게 적절한 선택이기 때문에 이번 방미에서 경제안보 현안들,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 부문에서 미국 규정들에 의해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나 수출이 위축되지 않고 양국 경제협력이 상호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협상들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를 소망한다.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반하는 만큼 다양한 방식의 한미 경제 및 과학기술 협력의 물꼬가 트이고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
첨단기술과 공급망 부문에서 양국 간 협력강화에 충분히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한미관계의 핵심을 기술동맹으로 표현하고 발전시켜 나가려면 짚어 보아야 할 사항들이 존재한다. 국제관계에서 양국이나 다국 간 동맹은 공동의 적이 명시적으로 존재하고 이로 인한 위협이 실재한다는 합의가 존재할 때 맺어진다. 동맹은 단순히 서로 친하게 지내며 지지한다는 의미를 훌쩍 넘어 동맹국이 적으로부터 침략당할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하고 자동적으로 자국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군대를 파견하고 무기를 지원하며 공동대응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매우 강한 커미트먼트를 담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국경을 넘는 기술협력과 경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국가와 기업들이 협력자이자 동시에 경쟁자라는 유동적이고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해 왔고 이는 군사부문의 적 혹은 동맹 관계와는 매우 다르다. 군사부문에서 한미 양국 간 공동의 적의 존재와 실재적 위협에 대한 합의가 역사적으로 존재해 온 것과 같은 수준으로 현재 기술 부문에서도 공동의 적과 위협에 대해 양국 간 합의가 존재하는 것인지, 특히 공동의 적을 설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 견제와 자국 첨단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한국과 대만 일본 네덜란드 등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이를 전략적으로 기술동맹이라 표현하며 결속력을 다지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오랫동안 미국 및 중국 기업들과 동시에 협력자이며 경쟁 관계를 형성해 온 상황에서 한미 기술동맹의 형성은 우리에게 경쟁자로서 중국 견제와 대미 협력 강화라는 성과와 함께 중국과의 협력 축소 비용 및 미국 기업과의 경쟁 전략 마련이라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성과만큼이나 큰 도전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중국과의 협력이 조정받는 과정에서 마찰과 비용 발생은 불가피한 듯하다. 중국을 자극하거나 중국 정부의 공격적 발언에 대해 과잉대응하기보다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의 형태로 한국의 입장을 표현하고 대응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른 한편 미국은 과거 미일 반도체 협정을 통해 동맹국인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성공적으로 견제한 바 있음을 기억하고 한미 기술동맹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첨단 제조 역량이 미국 내에서 확보되는 것이 우리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 및 기술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배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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