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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 밝혀준 고마운 안경, 서랍 벗어나 아프리카를 밝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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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 약 1㎏에 달하는 쓰레기를 버립니다. 분리배출을 잘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쓰레기통에 넣는다고 쓰레기가 영원히 사라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고 버리는 폐기물은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또 어떻게 재활용될까요. 쓰레기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뽀각.'
잠결에 화장실에 가다가 불길한 소리가 들려 발을 들어보니 아뿔싸, 안경을 밟았습니다. 황급히 안경테를 살폈지만 찌그러져 살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렌즈는 남기고 테만 버려야겠습니다. 퇴근 후 들를 안경점에 기존 렌즈와 꼭 맞는 예쁜 테가 있길 바라며 다시 잠을 청해봅니다. 자리에 누워 분실과 파손, 시력 저하 등으로 바꾼 안경이 몇 개였나 세어 보니 10개는 되는 듯합니다. 그동안 버린 그 많은 안경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우리나라에는 안경을 끼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대한안경사협회가 2021년 발표한 '전국 안경 및 콘택트렌즈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응답자 중 '안경을 쓴다'고 답한 비율은 △성인 55.4%(안경 45.9%, 안경·콘택트렌즈 모두 사용 5.8%) △초·중·고등학생 37.1%(안경 33.8%, 안경·콘택트렌즈 모두 사용 3.3%)였습니다. 보통 성인 4,400만 명, 초중고생을 550만 명 정도로 보니 한국 인구의 절반이 조금 넘는 2,600만 명이 안경을 쓴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평생 하나의 안경만 착용하는 일은 극히 드뭅니다. 노화로 인한 시력 저하, 파손, 분실 등을 이유로 안경을 여러 번 맞추는 게 다반사입니다. 매년 유행이 달라지는 선글라스까지 더하면 제 역할을 다해 버려지거나 서랍 속으로 들어가는 안경은 어마어마하게 많을 겁니다.
이때 버릴 안경을 재활용 쓰레기봉투에 넣으면 곤란합니다. 테나 렌즈가 보통 플라스틱이라 재활용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사나 코 받침 등에 철이나 고무가 섞여 있어 재활용할 수 없습니다. 한국폐기물협회 관계자는 "안경은 여러 물질이 섞인 복합물이라 종량제 봉투에 배출하라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모든 부품을 분리하면 이론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해 보일 수 있으나 분리가 어렵고 크기도 작아 선별 과정에서 뒤섞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버리는 안경은 일반쓰레기로 소각·매립된다는 겁니다. 대표적 안경 자재인 플라스틱은 땅에 묻으면 분해에만 수백 년이 걸리고, 소각하면 온실가스가 나오겠죠. 아무리 안경이 작다고 해도 전체 소비량을 생각하면 환경에 좋을 리 없습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수 있는 생분해 소재나 재생 플라스틱 등을 이용해 안경을 만드는 것이죠. 생분해 소재로 안경테를 만드는 안경브랜드 '윤' 관계자는 "뿔테 재료인 아세테이트는 면과 나무 펄프로 제작하는데, 이것을 플라스틱처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가소제를 친환경 소재로 바꿨다"면서 "58도 정도의 퇴비화 조건에서 150일간 테스트한 결과 55.8% 분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쓰던 안경이 멀쩡하다면 새 주인을 찾아줄 수도 있습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에 기부하는 겁니다. 이런 국가들은 맞춤 안경 값이 너무 비싸 시력이 나빠져도 안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뜨거운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해 줄 선글라스도 필요합니다.
2010년부터 안경 기부 사업을 펼치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안아주세요'에 따르면 기부받은 물품은 세척·분리 과정을 거친 뒤 안경은 테만, 선글라스는 통째로 현지에 전해집니다. 해당 국가 시민단체가 이를 받아 지역에 가져가면, 주민들은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가져가는 식입니다. 여러 단체와 협업해 봉사단이 직접 해외에 나가게 되면 시력검사부터 제작까지 진행하기도 합니다. 국내에 남겨진 렌즈도 버리지 않고 열쇠고리, 브로치 등으로 재가공할 수 있습니다.
안아주세요 관계자는 "안경테 자체가 비싸 테만이라도 필요로 하는 나라들이 있는데, 이때 선글라스 수요도 조사해 한 번에 200~300개 보낸다"며 "코로나19로 활동이 멈춘 2019년까지 20~30개 국가에 3만 개 정도를 기부했고, 올해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환경을 위해 생각해 봐야 할 안경이 또 하나 있는데요, 영화관에서 사용하는 3D안경입니다. 플라스틱이 주재료인 이 안경들은 대부분 1회용입니다. 도입 당시에는 사용 후 세척하는 방식으로 재사용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재사용에 대한 불안감과 감염 우려가 커지며 운영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관객 수요에 따라 사용되는 3D안경의 양은 매번 달라지는데,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넘긴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 상영 때는 400만 개가량 쓰였다고 합니다.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3D안경을 업사이클링 업체로 보내 재활용하는 겁니다. 화분, 쓰레기통, 플라스틱 팔레트 등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으로 거듭납니다. 업사이클링 업체인 코끼리공장 관계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안경을 렌즈와 테, 나사 등으로 분리하고, 이 중 테를 파쇄·압출해 재생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다"면서 "올해 시작한 사업이지만 3톤가량이 모였고 렌즈 재활용 방법도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도 소재를 활용해 협업할 부분을 찾고 있다"고 했고, CGV 관계자는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 비용 감축 등을 위해 남아 있는 1회용 3D안경 재고가 떨어지면 다회용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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