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 쏟아지지만… 이미 경매로 팔려버린 가구엔 '남 얘기'

입력
2023.04.23 16: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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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중 누구는 구제받고 누구는 못 받고…"
"매각된 피해자들 구제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오전 인천지법 앞에서 법원에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 직권 연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1일 오전 인천지법 앞에서 법원에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 직권 연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주거 보장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미 주택이 매각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병렬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미추홀구 대책위) 부위원장은 23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매각이 됐는지 여부에 따라서 정부 지원 범위가 달라진다"며 "똑같은 피해자인데, 누구는 지원받고 누구는 못 받고 이래선 안 되기 때문에 동일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주택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앞서 21일 기자회견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도) 채권이 대부업체에 넘어간 경우 당장 적용이 안 되고 대출지원도 연소득 7,000만 원 이상은 안 돼 피해자들이 억울해했다"며 "현재 (미추홀구에서만) 100가구 이상 주택 매각이 끝났는데, 정부는 매각이 끝난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에 경매와 매각 유예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주택 경매 시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을 사들인 뒤 공공주택으로 활용하는 매입임대 제도를 활용해 피해 임차인 거주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LH가 피해주택을 낙찰받아 임차인에게 시세의 30~50% 수준으로 싸게 임대하는 방식이다.

피해자들은 거주권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선 환영하면서도 피해자단체 등과의 소통을 통한 빠른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정부가 일단 '추진한다'고 발표만 해놓고, 협의가 필요하다거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확정을 못 하고 시간을 끄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피해자들과 세부적 방향과 내용을 논의하고 언제부터 하겠다고 계획을 밝힌다면 발표만 믿고 무작정 기다리는 고통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강모씨도 "우리 아파트는 건축업자 남모(62)씨의 공범 소유로, 이미 강제경매가 개시돼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정부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소급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대책위에 따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총 3,079가구로, 이 중 67.6%(2,083가구)가 경매 대상이다. 대책위에 가입된 1,787가구 중 106가구는 이미 경매 후 매각이 완료됐다. 261가구는 매각이 진행 중이어서 매각 완료 가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72가구는 경매 기일이 정해지지 않았고 나머지 27가구는 공매 대상으로 파악됐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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