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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운명 달렸다"...미국 가는 尹 대통령 향한 재계의 간절함

입력
2023.04.22 09:00
8면

정상회담에 기업·재계가 거는 기대는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프놈펜=연합뉴스


"반도체 보조금 요건에 '특정 조건을 제외하고', '합의된 수치' 등 하부 규정을 꼭 넣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분야 협상 방안으로 제시한 조언이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주면서 영업 비밀 등 수익성에 나쁜 영향을 줄 요구를 한다는 업계의 불만을 반영해 독소조항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두 나라 협상 테이블에 다뤄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과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 배제 현상이 본격화한 만큼 국내 기업들이 부담을 덜 수 있는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을 주제로 진행되는 윤 대통령과 동행할 122개사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항공우주, 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선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대상에 미국 업체만 포함된 상황을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①배터리는 북미에서 생산 및 조립된 부품을 50% 이상 넣고 ②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하고 가공한 배터리 광물을 40% 이상 써야 한다는 요건을 내걸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조지아에 짓고 있는 전기차 공장이 완성되는 2025년까지 충격은 피하기 어렵지만 미 정부가 2032년까지 미국 내 신차 판매의 67%까지 전기차로 채울 계획인 만큼 ①앨라배마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배터리 북미산 교체 시 보조금 대상 포함 ②IRA 조건에서 빠진 리스·렌트 차량 판매 확대 ③조지아 공장 착공일 6개월 앞당길 수 있게 협조 ④정확한 전기차 물량 예측 통한 증설 필요성 여부 협의 등을 얻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북미산 전기차에 공급이 결정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세부 규정 적용을 유연화하는 방향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산 핵심 광물을 2025년부터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없으니 탈중국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광물 조달국을 기존 FTA체결국에서 동맹국으로 완화해 달라는 식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IRA가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를 목표로 삼고 있으니 한국 업체가 중국 의존도를 낮출 때까지 시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선 IRA 확정으로 큰 이슈가 없는 만큼 미국 업체와 한국 업체 간 합작법인 설립 등 양측이 실익을 거둘 수 있는 성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산 이미지 개선돼 수출로 연결되길"

주요 경제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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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반도체다. 미 정부는 자국 내 투자 기업에 5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며 ①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②초과이익 공유 ③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④중국 공장 증설 제한 등 무리한 요구를 내건 상태다. 한국 정부가 경제안보 현안으로 반도체법 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실무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 정·재계 인사를 따로 만나 합의점을 이끌어내려고 한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250억 달러, SK하이닉스는 150억 달러를 미 현지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독소조항이 문제"라며 "이번 협상을 본 뒤 보조금 혜택보다 내야 할 비용이 커지면 투자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양광과 우주방위산업에선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등이 나서 IRA 수혜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을 계획이며, 미국에서 전력·통신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효성그룹, LS 등이 공략 방법을 제시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바이오산업에선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을 인수한 롯데그룹이 구체적 협상물을 만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이너뷰티나 문구류 등 소비재 상품에 대한 활로 개척을 기대하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대중 수출 비중이 줄어든 반면 미 시장에선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가 개선돼 수출로 연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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