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투신 10대 연루 의혹 ‘신대방팸’…"미성년자 오면 부모님께 연락했다"

입력
2023.04.20 11:20
수정
2023.04.2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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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 우울증갤러리 이용 남성 6명
신대방동 빌라서 함께 거주
미성년자 성착취 의혹 부인
경찰 우울증갤 '일시 차단' 요청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 게시판

온라인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우울증갤러리' 게시판

서울 강남에서 투신한 10대 사망과 관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남성 이용자들에 대한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이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 온라인 커뮤니티 ‘우울증갤러리’ 게시판의 일시 차단도 요청했다.

남성 6명 같이 사는 '신대방팸'..."범죄 혐의 있나 조사 중"

20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18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파생된 모임인 이른바 ‘신대방팸’에 속한 남성들에게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입건 전 조사(내사)에 들어갔다.

신대방팸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빌라 같은 층에 집 두 채를 전세로 얻어 함께 생활하는 남성 6명의 모임으로 알려졌다. 우울증갤러리 이용자 일부가 만든 모임으로 2020년 말부터 함께 지내왔다고 한다.

앞서 지난 16일 10대 A양이 서울 강남 고층빌딩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 방송을 켠 채 투신하자, 우울증갤러리 이용자들은 신대방팸 멤버들의 성착취가 A양을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A양의 지인은 지난 1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A양이 지인들과 있는 자리에서 신대방팸이 부르면 곧바로 자리를 떴다. 신대방팸 멤버에게 폭행을 당하고 헤어진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신대방팸 멤버들이 A양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단계"라며 "성착취 정황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가출 청소년을 데리고 있었다면 실종아동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대방팸 "범죄 저지른 적 없다... 고소할 것"

신대방팸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 모임의 소위 ‘가장’으로 불리는 ‘김피트’(닉네임)는 전날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대방팸이 정서적으로 취약한 미성년자들을 꾀어 성매매, 마약 투약 등을 하게 했다는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자신들의 숙소가) 우울증갤러리 정모 장소로 이용되거나 성매매, 성착취, 마약 투약 등의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성년자가 오면 부모님에게 연락해 사실을 알리고, 집 주소를 공개한다”며 “실제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찾아서 데리고 간 적도 있고, 고맙다고 쌀이나 김치를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숙소에 오기는 했지만 범죄는 없었다는 것이다.

신대방팸이 약 300명이 참여한 단체채팅방을 운영하며 어린 여성들을 불러내 술을 먹이는 등 학대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적 조사가 시작되면 (카톡 대화를) 증거로 제출해 무고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같은 의혹이 계속되는 데 대해 “몇 년 전부터 (갤러리 내) 특정 집단이 꾸준히 제기해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의혹을 제기한 이용자들을 고소한다는 계획이다.

갤러리 내 여성 상대 범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피트는 “미성년자 성매매, 의제강간 등 심리적으로 힘든 여성들을 상대로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며 “우울증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울증갤 '일시 차단' 요청..."또 다른 N번방"

또 이날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10대 투신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지난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 게시판의 일시 차단을 요청했다. 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디씨인사이드 측에도 사건 발생 당일 관련 게시물 삭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우울증갤러리 폐쇄 요청은 2018년부터 계속됐다. 2018년 올라온 이 폐쇄 요청 글에서 작성자는 "이용자들이 성희롱 및 모욕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폐쇄를 촉구했다. 온라인 캡처

우울증갤러리 폐쇄 요청은 2018년부터 계속됐다. 2018년 올라온 이 폐쇄 요청 글에서 작성자는 "이용자들이 성희롱 및 모욕적인 피해를 입었다"며 폐쇄를 촉구했다. 온라인 캡처

한편 우울증갤러리를 아예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갤러리와 연관해 2021년 이후 자살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기 때문이다. 20대 남성 이용자들이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10대, 20대 초반 여성 이용자들에게 접근해 교제하며 성착취, 데이트폭력 등을 저지르고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또 이 갤러리에는 10대 여성들에 대한 성희롱 글들도 무차별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등 '또 다른 N번방'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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