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에 주는 '디딤돌 학기' 선물

입력
2023.04.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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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휘봉초 6학년 학생들이 2월 '코로나하면 생각나는 것'을 주제로 각자 그린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들 그림 치료, 분석 작업은 대한트라우마협회장인 김선현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팀이 진행했다. 최주연 기자

서울 휘봉초 6학년 학생들이 2월 '코로나하면 생각나는 것'을 주제로 각자 그린 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아이들 그림 치료, 분석 작업은 대한트라우마협회장인 김선현 연세대 원주의과대 교수팀이 진행했다. 최주연 기자

지난달 한국일보에서 '코로나 키즈, 마음 재난 보고서'라는 기획 기사를 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우리 아이들이 잃은 것, 그 회복에 필요한 어른들의 노력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록을 담았다.

코로나19는 버티기 힘든 재난이었다. 국내에서만 3만4,000여 명, 전 세계적으로 680여만 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됐다.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아이들에겐 어른보다 훨씬 더 힘든 경험이었을 터다. 3년간의 사회적 재난을 겪으며 학습결손, 심리·정서 및 사회성 결여, 발달 지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마스크를 착용하며 보낸 888일 동안의 경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코로나19에 할퀴인 마음의 상처는 안에서부터 곯아 수년 후에 표현될 수도 있고, 심지어 성인기까지 장기간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아이들의 삶 전반에 어떤 손실과 흔적을 남길지도 가늠할 수 없다.

온전한 일상 회복에 마냥 들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우리 앞에는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남은 상흔을 회복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놓여 있다. 어른의 잣대가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아파하면서도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상실의 경험이 성장의 걸림돌이 아닌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도록 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일상 회복을 앞두고 올해 1학기를 '디딤돌 학기'로 정했다. 코로나19로 약해진 아이들의 지력, 마음력, 신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적, 사회·정서적, 신체적 회복탄력성(resilience) 향상을 집중 지원한다. 회복탄력성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오르는 긍정의 힘이며, 회복탄력성 교육은 어떤 변화에도 대응하며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힘을 키우는 교육을 말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디딤돌 학기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 먼저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아이들의 치유를 지원한다. 우울증, 불안감 등을 겪는 아이를 위해 권역별 거점병원 4곳과 상담·치료기관 240여 곳을 통해 전문적 치료를 지원하고, 대면상담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메타버스 심리상담을 제공한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선생님을 돕기 위한 매뉴얼도 제작·보급했다. 아이들의 관계성·사회성 회복을 위해 서울 모든 학교에서 관계맺음-관계이음-관계돋움으로 이어지는 '사이좋은 관계 가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신체활동 위축으로 체력 저하, 비만 등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체력회복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운동회·체육대회를 부활하는 학교에는 500만 원씩 지원한다.

회복탄력성을 갖는 것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탄성적 능력만이 아니다.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의 힘을 갖게 되면 이전의 나보다 더 성장하게 된다. 나는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도전과 어려움을 성숙한 경험으로 바꾸는 재난 극복의 주인공이 되길 소망한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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