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이 18일부터 9일간 유럽 출장에 나선다. 의원들은 프랑스 스페인 독일의 재정 준칙 운영 상황을 살펴보겠다고 한다.
재정 준칙은 매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과 튀르키예만 빼고 모두 도입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법제화를 제안했지만, 당시 여당이 코로나 사태로 시기가 적절치 않다며 반대했다. 지난해 9월에도 국민의힘이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법안을 냈지만 역시 처리되지 않고 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섰다”며 “우리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세대를 위해 재정 준칙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법안 제안 후 30개월 동안 수많은 검토보고서가 생산되고 관련 정보도 충분한데, 국회는 이를 뭉개다 뒤늦게 외유성 시찰에 나서 또다시 법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특히 이들이 방문하는 프랑스와 스페인은 GDP 대비 정부 부채가 110%(이하 2022년 3분기 기준)를 넘고 독일도 67%로, 50%에 못 미치는 한국 정부 부채 상황보다 더 좋지 않다. 무얼 살펴보고 배우겠다는 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국회 기재위는 공항 철도 등 국가 재정 투입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사업비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완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다 재정 낭비 우려가 쏟아지자 통과 직전 보류했다. 국가재정 지출을 늘리는 법안과 제한하는 법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갈지자 행보의 국회가 과연 재정 준칙 도입 의지를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기재위는 5월 재정 준칙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의원들의 유럽 출장이 과연 우리나라 재정 준칙 수립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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