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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살린 예산시장 이번엔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2, 3배 올라 쫓겨나"

입력
2023.04.18 13:30
수정
2023.04.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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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17일 '소탐대실하지 맙시다' 영상
"당장 욕심에 눈멀면 안 된다" 설득했지만
구구통닭·고려떡집 등 최근 퇴거 통보받아

백종원 더본코리아대표가 17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예산상설시장 주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백종원 더본코리아대표가 17일 자신의 유튜브에서 예산상설시장 주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에서 이번에는 비싼 임대료에 상인들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불거진 것으로 나타났다.

백 대표는 17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에 '소탐대실하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예산시장이 재정비를 위해 휴업을 선언했던 3월 한 달간, 임대료가 급증해 기존 상인들이 쫓겨나고 있는 현실이 담겼다.

영상에서 백 대표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았다는 예산시장 내 '고려떡집'을 찾았다. 고려떡집은 재개장을 대비해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이었던 중에, 상가소유주로부터 아무런 설명 없이 퇴거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주변에서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상가소유주가 새 임차인을 구하며 "시세의 2배는 줘야 한다"고 했다는 이야기였다. 고려떡집 부부는 "그럼 매장을 팔기라도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갑작스럽게 퇴거 통보를 받았다는 충남 예산상설시장 '구구통닭'. 유튜브 캡처

최근 갑작스럽게 퇴거 통보를 받았다는 충남 예산상설시장 '구구통닭'. 유튜브 캡처

십여 년간 한 자리에서 영업해 온 '구구통닭'도 마찬가지였다. 구구통닭은 간신히 예산시장 내 한 창고를 빌려 영업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조리시설 등을 모두 새로 마련해야 한다. 백 대표는 구구통닭을 찾아가 "괜히 저희가 분란 일으킨 것 같다.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구구통닭 사장 부부는 오히려 백 대표를 향해서 "예산의 보물"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예산시장 인근에서 예산시장 상가와 같은 메뉴로 2, 3배 올려 받는 음식점이 새로 문을 연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 백 대표는 예산군청의 도움을 받아 음식점 대표들을 모은 후, 당장의 욕심에 눈이 멀면 안 된다"며 "관광객들이 와보고 실망할까 걱정된다. 파기름 레시피를 공유해 드리겠다"고 가격 동결을 설득했다.

2, 3배 급등한 숙박업소 가격도 문제였다. 백 대표는 숙박업소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선 "방값이 비싸 멀리서 예산을 찾고도, 숙소를 찾지 못해 그날 떠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어차피 기존에는 손님이 없어서 장사가 안 됐지 않나, 이번이 기회다. 딱 2년만 (숙박비 인상을) 참아달라"고 호소했다.

백 대표는 개장 직전 직원들과의 회의에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예산시장만 살리려는 게 아니라 예산 전체의 경제활성화"라면서 "예산시장 외 지역에 관광객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을 언급하며, "너 때문에 예산시장 빼고 (주변 상권이) 다 죽는다는 이야기를 내가 왜 들어야 하냐, 안 해도 그만"이라고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 대표의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는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해법에 대한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백 대표가 직접 컨설팅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예산시장에 지난 1월에 19만4,163명, 2월에는 23만6,477명이 찾는 등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청결 등의 문제로 "다시 못 올 것 같다"는 후기가 이어졌다. 이에 백 대표는 매장 청결을 점검하고 화장실을 새로 만들고, 대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며 한 달간 예산시장 휴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백 대표가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에 들인 돈은 약 20억~30억 원 수준인 것으로도 전해졌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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