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변화, 기술발전 등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직업은 시대상의 거울인 만큼 새로운 직업을 통해 우리 삶의 변화도 가늠해 보길 기대합니다.
미래기술로 만나는 과거, 디지털헤리티지
코로나19 이후 서서히 일상을 되찾고 있는 이때, 그동안 우리 일상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그중 각종 전시회나 아트페어에 사람들이 붐비거나 빈 좌석 없이 매진인 공연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일상회복의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시와 공연에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들이 디지털기술을 만나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대면이 뜸해지고 밀접환경에서 공연과 전시를 즐기는 것이 꺼려지면서 기술과 접목하여 실제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실감 콘텐츠는 우리 곁에 더 익숙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굳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선호가 아니더라도 디지털기술은 다양한 문화에 응용되고 있고 유적지나 박물관처럼 마음먹고 시간 내어 가야 하는 곳을 기술의 도움으로 '체험'하고 아주 먼 과거의 유산을 미래기술을 통해 현재처럼 느끼는 것이 가능해졌다.
즉 문화유산을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가상공간에 복원함으로써 변하지 않는 가치로 재탄생하는 디지털 문화유산, 디지털헤리티지(Digital Heritage)가 그것이다.
숭례문 복원에도 활용된 디지털기술
석굴암 불상의 섬세한 표면을 입체적으로 느끼거나 가상공간 속에서 마치 앙코르와트 사원 곳곳을 실제 돌아보는 것처럼 체험하거나, 시간이 흘러 훼손된 문화재의 온전한 모습을 재현하거나,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하여 야간의 경복궁 경회루에서 아름다운 판타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파도가 쏟아지는 것 같은 웅장함을 보여준 미디어아트 등도 모두 디지털헤리티지 작업의 일환이다.
디지털헤리티지전문가는 홀로그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인터랙티브아트, 프로젝션매핑, 메타버스, 인공지능 등을 활용하여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관리하는 일을 수행하며 문화재나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작품을 3차원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이때 디지털기술을 활용하여 기록된 정보가 추후 소실되거나 훼손될 경우를 대비하고 아날로그 방식의 복원에 참조되도록 하며 원형 복원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2008년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도 미리 3D 레이저로 스캔해 둔 덕분이었다.
평면의, 혹은 움직이지 않는 고형의 문화재가 기술과 만나 살아 숨 쉬는 작품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볼거리가 있는 콘텐츠로 가공되고 시공간을 넘나들며 세계 각국의 문화유산을 가깝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몇 해 전 3D 홀로그램으로 재탄생한 故 김광석이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처럼 과거의 인물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콘텐츠도 늘고 있다.
옛것을 익히고 기술을 접목하는 융합역량 필요
디지털헤리티지전문가는 문화유산이나 문화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인문학적 소양,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고 접목하는 융합적 역량이 필요하다. 국내 디지털헤리티지 분야는 2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고 기술적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아직 전문가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과정은 미흡한 편이다. 하지만 대학의 디지털미디어 관련 학과나 문화재(보존)학, 고고학 등의 학과에서 일부 커리큘럼을 반영하여 개설하고 있는 것을 시작으로 대학원 과정도 운영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디지털헤리티지 분야는 기획에서부터 시나리오 작성, 프로그램 개발 등 광범위한 영역이 포함되고 유무형의 과거 문화유산에서부터 전시, 미디어아트 등 점차 그 영역이 광범위해지는 추세여서 향후 종사자의 업무도 세분화, 전문화될 것으로 보이며 문화콘텐츠기획자, 전시전문가 등과 협업하여 문화유산과 예술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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