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사과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6일 만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녹취록과 수수 혐의 의원의 숫자까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어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통화 녹취에는 “봉투 10개를 만들었더구먼”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등의 노골적 돈 봉투 선거 정황이 담겨있다.
결국 이 대표는 당 차원의 정확한 사실 규명을 약속하고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 또 수사기관에도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현금 제공자와 전달책 등을 잇달아 소환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관련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대통령·여당의 지지율 하락 상황에서 2년 전 사건이 불거진 것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또한 역시 검찰 수사를 받는 이 대표가 당의 자체 진상조사를 지시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당내 선거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인 만큼 수사와 별개로 당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잘못된 관행이나 고쳐야 할 제도가 드러난다면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수긍할 만한 재발 방지대책도 내놓아야 한다.
대부분 국민은 선거제 개혁과 투명화 노력을 통해 ‘돈 선거’가 사라졌다고 믿어왔는데, 국회 다수당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오갔다는 의혹에 대해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검찰 수사보다 더 ‘날카로운 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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