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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가 이어 준 이승과 저승… 뮤지컬 '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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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1,000석 이상 규모인 대극장 창작 뮤지컬 공연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는 일은 초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많은 뮤지컬 제작사가 초연의 반짝 성공을 넘어선 반복적 재공연의 흥행을 위해 검증된 원작을 소재로 삼는다. 지난 15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한 서울예술단의 창작 뮤지컬(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은 여러 장르로 전환 가능한 독창적 콘텐츠가 지닌 스토리텔링의 힘을 잘 보여주는 예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원작 웹툰을 토대로 2015년 초연된 뮤지컬은 2017년, 2018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시즌이다. 이미 많은 관객이 관람한 공연이지만 객석의 호응도는 신작 못지않게 높았다.
뮤지컬은 망자가 저승에서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한국적 사후 세계관을 담은 웹툰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따랐다. 이야기는 크게 두 축이다. 이승에서 평범하게 살다 서른아홉 나이에 죽은 김자홍과 그를 변호하는 저승 국선 변호사 진기한이 지옥 관문을 통과하는 여정이 한 축이고 저승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이 저승행 열차에서 뛰쳐나간 원귀 유성연을 뒤쫓는 여정이 또 다른 한 축이다.
공연은 지옥을 현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무대 디자인에 가장 힘을 쏟았다. 무대 중앙에 지름 17m의 환형 무대장치를 경사지게 배치했다. 윤회사상을 시각화한 것. 무대 바닥엔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깔아 지옥을 표현했고 무대 전체에 저승 노잣돈인 지전을 늘어뜨려 수직 스크린으로 활용했다. 한국적 색채를 강조하고 웅장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빠른 무대 전환을 도운 장치들이다.
이번 공연은 이전 시즌들과 달리 지명도 높은 객원 단원 없이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전 배역을 맡았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들이 주역을 맡았지만 관객 몰입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역시 원작의 힘이다. 권선징악이라는 명료한 주제의식과 함께 B급 코미디 감성을 무대 디자인과 조연들의 연기에 녹여 웃음의 요소를 더한 것도 몰입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불효를 단죄하는 '한빙지옥' 장면에선 눈물을 쏟는 관객도 많았다.
최근 창작 뮤지컬은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고전 문학이나 유명 예술인의 생애 등 서양 문화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신과 함께_저승편'은 한국적 소재로는 오히려 보기 드물게 꾸준히 재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작품이라는 게 주목할 만하다.
해금, 국악 사물과 컨트리 음악에 쓰이는 반조, 만돌린 등 개성 강한 악기들을 활용한 풍성한 악기 편성의 음악을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 반주(MR)로 대신한 점은 아쉽다. 무대 바닥의 LED 효과를 좀 더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싶은 관객은 1층 객석보다 2·3층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공연은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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