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이 15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 경비정은 우리 해군 고속정의 근접 경고 통신도 무시하고 남하하다가 경고 사격이 있고서야 퇴각했다. NLL 이남에 머문 시간은 10분가량, 남하 거리는 2㎞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해군 고속정이 중국 불법조업 어선과 충돌해 승조원 3명이 부상했다.
두 달째 북한의 고강도 도발이 지속되는 와중에 일어난 사건인 만큼 군은 경위와 의도를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발생 일자가 북한 명절인 김일성 생일(태양절)이란 점도 심상치 않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3월 경비정, 10월 상선으로 NLL을 침범했다. 특히 10월엔 퇴거에 나선 우리 함정에 방사포로 위협 사격을 가했다. 당시에도 북한은 도발을 이어가면서 상선의 우발적 월선을 가장해 국지전을 유발하거나 우리 군 대비 태세를 떠보려 했다는 의심을 샀다.
군은 일단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려다 NLL을 넘은 것 같다고 보고 있으나, 북한이 의도를 숨긴 채 상황을 연출했거나 경고 사격을 받고 쫓겨난 일을 후속 도발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을 유념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퇴거 작전 종료 이후라곤 해도 해군 고속정이 충돌 사고를 일으켜 병력 손실을 낸 건 아쉽다. 기상 탓에 시야가 나빴다지만 대비 태세를 더 가다듬을 여지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이달 하순에도 북한 건군절(25일), 한미 정상회담(26일)에 맞춰 북한의 폭주가 계속될 거란 전망이 높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행위는 심각한 충돌로 번질 수 있다.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를 완충지대로 유지하자던 남북 간 9·19군사합의를 무력화하고 접경지대의 우발적 충돌이 국지전으로 번질 위험을 어느 때보다 높였다. 연초부터 한반도 주변에서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이 계속되고 미국 전략자산이 수시로 드나드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자칫 정권 붕괴로 이어질 부주의한 도발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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