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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빅뱅’

입력
2023.04.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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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빅뱅(Big bang)’은 약 150억 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거대한 폭발을 가리키는 우주물리학 용어다. ‘큰 변화가 갑작스럽게 퍼지거나 일어나는 상황’을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지난주 세계 자동차산업에 빅뱅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이 전기차산업의 기존 질서를 일거에 뒤흔들 정도의 폭발력을 가진 새 정책안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내놓은 새 ‘자동차배기가스 허용 기준안’ 얘기다.

▦ 안 그래도 조 바이든 정부는 취임 직후 2030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차나 하이브리드로 생산토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친환경을 명분으로 중국에 비해 뒤처진 자국 전기차산업을 촉진하려는 포석이기도 했다. 이번 기준안은 그에 비해서도 훨씬 강력하다. 2027년식부터 2032년식까지 각 자동차 제조업체의 생산 신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 등 오염가스 배출총량을 연평균 13%씩 감축시키는 것 등이 골자다.

▦ 문제는 새 기준안 확정 시 자동차산업에 미칠 영향이다. 새 기준안에 맞춰 기존 내연기관차량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제조업체로서는 오염가스 배출 없는 전기차 생산을 확대해 오염가스 평균 배출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2030년까지 미국 판매 신차의 60%, 2032년까지 67%를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021년 3.2%, 22년 5.8%였던 걸 감안하면 폭증 수준인 셈이다.

▦ 중국과 유럽의 강력한 전기차 드라이브에 이은 미국의 조치는 우리 자동차산업에도 미증유의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신차 147만4,224대 중 전기차 판매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이걸 향후 10년 내에 67%까지 급가속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폭발은 현대차엔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현지생산 압박으로 전기차 생산기반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할 경우, 장기적으론 국내 생산기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게 나라경제로선 심각한 딜레마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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