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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제시 없이 듣기만"... 與 '맞춤형 정책'에 시큰둥한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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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엔 MZ 노조, 이번엔 중소기업 청년들을 만나던데, 취업준비생 입장은 들어봤나."
연세대 재학생 정모(24)씨
"당내 20대를 대변한 세력 자체가 안 보인다. 친윤·비윤 가리기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청년 지지를 회복하는 방법이다."
중앙대 재학생 장시온(25)씨
국민의힘이 최근 '대학가 천 원의 아침밥' 'MZ 노조와 치맥 회동'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과 간담회' 등 '2030세대 맞춤형'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는 데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2030세대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국일보는 국민의힘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당사자인 청년층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4월 초부터 26일까지 2030세대 32명과 대면·전화·서면을 통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은 국민의힘의 소통 시도엔 긍정 평가했다. 다만 2030세대의 관심이 큰 취업, 주거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선 실망을 표했다. 청년을 앞세운 행사들이 구색 맞추기 식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면서 정작 청년들에게 절실한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 재학생인 김규원(24)씨는 "속이 뻔히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시도는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책 추진을) 잘하는 것과 별개로 '이런 정책이 인기가 있는 모양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분야별 청년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려는 모습에는 긍정 평가했다.
그럼에도 "보여주기용 행사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취업준비생 김주현(24)씨는 MZ 노조와 치맥 회동 이벤트에 대해 "정부·여당의 '주 69시간제' 파동을 잠재우려 잠깐 MZ 노조를 불러다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재학생 윤모(24)씨도 "'우리가 문제를 지적해도 대안 없이 듣기만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감을 드러낸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31)씨는 "여야가 그간 정쟁만 벌이다가 이런 활동에 나서는 걸 보니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 아니냐"며 "(주 69시간제) 근로시간 개편 때도 청년을 언급했는데, 국민의힘이 '청년 감수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여야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천 원의 아침밥'에 대해선 "나쁘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석대 재학생 김서영(19)씨는 "요즘 밥값이 너무 비싸다. 용돈을 더 달라기엔 부모님께 죄송하고 알바로 돈을 버는 것도 학업과 병행하기 부담스러웠다"고 관련 정책을 반겼다. 그러나 '아침밥'은 청년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았다. 연세대 재학생 김모(25)씨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취업인데 밥에만 꽂혀서 무리하게 돈을 쓰는 게 아니냐"며 "식사비를 아끼는 사람들은 알아서 먹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를 위한 정책을 '청년 정책'으로 통칭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건국대 재학생 김보영(24)씨는 "천 원의 아침밥이나 MZ 노조와 치맥 회동 등은 특정집단 외에는 혜택을 느끼지 못하는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취업준비생 서모(30)씨는 "(중소기업 간담회 당시) 참석자 중 하나가 사실은 사장 아들인 사실이 드러났는데, 과연 청년을 대표할 수 있는 회의인가"라고 되물었다.
일부는 국민의힘이 '청년 대변인'직을 부활시킨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응답자는 "청년들의 생각도 상황에 따라 다 다르고, MZ세대는 그게 더 심해서 오히려 소외되고 목소리를 못 내는 사람들만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 몫으로 한 명의 대표자를 뽑아놓으면 그가 대변하지 못하는 다른 목소리들이 묻힐 수 있다는 우려다.
MZ세대 개념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국외대 재학생 나동준(24)씨는 "MZ는 청년층을 하나로 퉁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라며 "이들은 소속감이나 동질의식 같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응답자는 "근로시간제에 대해 M세대와 Z세대의 반응이 다르다"며 "두루뭉술하게 함께 묶으려는 것 자체가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탓에 특정 정책에서만 해답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견해도 나왔다. 한 익명 응답자는 "젊은 층이 여당에 바라는 것은 비주류 구성원까지 아우르는 포용적이고 유연한 보수정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단발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에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단편적으로 청년을 겨냥한 정책만으로 지지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처럼 세대별로 정책을 나누는 나라는 없다"며 "중요한 건 일자리인데, 일자리 문제는 경제가 안 풀리면 풀릴 수 없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청년세대는 정치권이 총선에 앞서 자신들을 동원하려는 것에 대한 저항이 있다"며 "천 원짜리 아침밥으로 위로받는 세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청년층을 움직일 의제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청년 정책에 국한하지 않고 정부 주요 정책들에 대해 청년의 시각으로 모니터링한다는 기조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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