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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체인 뒤흔든 北 고체연료 ICBM... 軍 "중간단계 시험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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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4일 새로 선보인 미사일에 '화성-18형'이라고 이름 붙였다. 고체연료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전날 발사현장에 등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킬 것”이라며 “적들을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한껏 고무됐다.
김 위원장은 특히 "우리의 전략적 억제력 구성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간 북한이 발사한 고체연료 미사일은 모두 단거리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발사를 계기로 중거리와 장거리미사일에도 고체연료를 장착할 것이라는 의미다. 연료주입에 시간이 걸리는 액체연료 미사일에 비해 훨씬 은밀하고 신속하게 쏠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징후를 탐지해 선제타격하면 문제없다고 강조해왔다. 이른바 '킬체인'(kill-chain)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킬체인을 뒤흔들 최대 위협이다. 북한이 먼저 도발해 대공방어망을 뚫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방부는 수습에 나섰다.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공지해 “화성-18형 시험발사는 고체연료 방식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중간단계"라며 "완성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해 킬체인 무력화 우려는 기우”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B-52H 전략폭격기를 9일 만에 다시 한반도에 투입해 우리 공군과 연합공중훈련을 벌이며 대북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에 아랑곳없이 북한은 화성-18형의 성능을 과시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관영매체를 통해 3단 로켓 분리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1단은 ‘표준 탄도 비행방식’, 2·3단은 ‘고각 방식’으로 쐈다고 설명했다. 1단은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해 탄도미사일 궤적으로 비행했고 2·3단은 의도적으로 각도를 높여 속도와 사거리를 줄였다는 의미다. 첫 시험발사인 만큼 단분리가 정상적으로 되는지 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군 당국은 전날 “지금까지 체계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단분리 방식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화성-18형 발사 직후 홋카이도 주변으로 낙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긴급대피령을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1단이 비행한 형태로 계속 날아가면 사거리가 크게 늘어 일본 열도가 직접 영향권에 놓일 수도 있는 탓이다.
미사일 1단은 함경남도 금야군 호도반도 앞 10㎞ 해상에, 2단은 함경북도 어랑군 동쪽 335㎞ 해상에 각각 떨어졌다. 북한 매체는 고체엔진 ICBM을 둘러싼 기술적 의구심을 불식시키려는 듯 탄두부에 장착한 카메라로 찍은 1~3단 분리 사진과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 사진까지 공개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화성-18형 발사는 북한이 요구하는 수준의 성과와 향후 개발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수집한 성공적 발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 ICBM에서 볼 수 없던 콜드 론치(cold launch)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미사일을 먼저 튕겨 올린 뒤 공중에서 엔진을 점화해 날아가는 방식이다. 고체 엔진의 강한 추력으로 TEL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다. 화성-17형 ICBM까지 북한은 발사 순간부터 엔진에 불이 붙는 핫 론치(hot launch) 방식으로 쐈다.
더 위협적인 건 북한의 무기 개발 속도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40tf(톤포스·140톤 중량을 밀어올리는 추력)의 ICBM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두 달 후인 2월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선 고체연료 ICBM을 최초로 공개했다. 그리고 다시 두 달이 지나 발사했다. 엔진시험 이후 불과 4개월이 걸렸다. 당시 “최단기간 내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한다”던 김 위원장의 예고대로 이뤄진 것이다.
2월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ICBM 추정 발사체는 4기가 공개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남은 3기의 추가 시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전략적 재편'을 끝내려는 작업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화성-18형 고체연료형 완성 이후 중거리와 장거리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이 2019년 이후 공개한 대부분 미사일의 라인업이 고체연료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체연료 미사일 위협이 임박하면서 군 당국은 다급해졌다. 킬체인은 당초 △미사일 실은 TEL 탐지(1분) △식별(1분) △결심(3분) △타격(25분) 등 ‘30분 내 타격’을 목표로 설계됐다. 발사준비에 30~60분이 걸리는 액체연료 미사일에는 효과가 있지만, 연료주입이 필요없는 고체연료 미사일은 10분 안에 발사할 수 있어 킬체인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킬체인이 무너진다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확장되는 '한국형 3축체계'도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려가 커지자 국방부는 “우리의 3축체계는 과거의 최초 설계 개념에 고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의 위협 변화 추세에 따라 △북한 전 지역에 대한 실시간 표적탐지 및 분석능력 △지해공 기반의 초정밀신속타격능력 △복합다층미사일요격능력 △고위력 탄도미사일 능력 등을 기술적으로 계속 진화·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성능이 향상될수록 이에 대응하는 3축체계도 변모한다는 것이다. 서로 먼저 찌르고 막으려는 남북의 미사일 경쟁에 한층 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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