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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체크도 모르는 돌봄 서비스라니

입력
2023.04.14 22:00
23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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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부모님을 모시고 여동생이 사는 호주 시드니에 다녀왔다. 맑은 공기를 비롯한 자연환경이 몹시도 부러운 나라였다. 그리고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복지도 무척이나 부러운 나라였다. 노인들은 카페에서 수다를 즐기거나 빙고 게임을 하였고, 지체장애인은 모든 길을 다닐 수 있었다. 일단, 카페에서 노인을 만나게 되는 것 자체가 새삼스러웠다. 아파트의 노인정이나 건강식품을 파는 홍보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대한민국의 노인과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동생은 부모님과 내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부터 온라인 강의 듣기에 열심이었다. 함께 놀러 가서도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장애인 서포트 워커(support worker)'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하였다. 이를 위해 동생은 지난 6개월 동안 직업훈련교육기관에서 장애인 관련법, 응급처치, 접근방법 등 10개 과목을 이수하였다. 그런데 바로 자격증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시험에 합격하고 하루 6시간 동안, 180시간의 실습 시간을 채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동생에게 왜 '서포트 워커'를 하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물었는데, 동생은 일이 편하고 페이가 좋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학력과 경력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당 페이가 최하 35호주달러는 된다고 하였다. 원화로 3만 원이 넘는 돈이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시간만큼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하였다. 다행히 동생은 시험에 통과했고 부모님과 내가 한국에 돌아오는 날부터 실습을 나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동생은 실습 시간을 채웠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활동 보조 서비스가 있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가 그것인데, 장애인 활동 지원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간단했다. 교육을 이수하고 교육수료증을 발급받으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절차가 쉬운 장애인 활동 지원사가 되고 싶은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 요양보호사와 노인생활지원사 등 돌봄노동자들이 국회에 모여서 처우 개선을 요구한 것만을 봐도 그렇다. 돌봄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이 저임금 개선과 고용안정인 것을 보면, 갖추어져야 할 요건이 미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서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돌봄서비스의 질이다. 다른 말로 관리이기도 하다.

지인의 집에도 요양보호사가 온다. 요양보호사는 지인의 목욕을 시켜주거나 집 청소를 해준다. 그런데 그분은 성실한 분이 아니다. 4시간 중에 절반의 시간을 농땡이(?) 치기 때문이다. 그분은 이용자의 집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즉 음식을 먹거나 안마의자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용자의 남편은 그런 요양보호사를 위해 매일 같이 고구마를 굽는다. 식사할 시간이 없다는 그분을 안쓰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것쯤은 괜찮다. 가장 큰 문제는 당뇨병 환자인 지인의 혈당을 체크할 줄도 모르고, 지인이 저혈당 쇼크에 빠진 것도 몰랐다는 점이다. 그래서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물론, 모든 돌봄노동자들이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한 것은 돌봄서비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는 작금의 사실이다. 따라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나 서비스 대상자를 위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4월은 장애인의 달이 아닌가 말이다.


윤복실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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