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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00만 캔 팔린 '곰표 밀맥주' 사라진다…이별의 씁쓸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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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표라는 브랜드와 세븐브로이의 양조기술이 만나 시너지를 냈는데 안 좋게 헤어지니 안타깝죠."
밀가루 회사와 수제맥주 회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으며 5800만 캔 넘게 팔린 히트 상품 '곰표 밀맥주'의 제조사가 바뀌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계약이 끝난 대한제분이 다른 수제맥주 업체와 손잡고 올여름 '곰표 밀맥주 시즌2'를 내겠다는 건데 재계약을 기대했던 세븐브로이는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사실상 제품 개발과 제조, 유통을 도맡아왔는데 더 이상 곰표 이름으로 맥주를 판매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세븐브로이는 대신 곰표 밀맥주와 같은 상품에 '대표 밀맥주'라는 새 이름을 달아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곰표 밀맥주 시즌2를 함께 제조할 우선협상 대상자로 제주맥주를 낙점하고 계약 내용을 협상 중이다. 대한제분은 3년 동안 이어온 상표권 사용 계약 기간이 3월 말로 끝남에 따라 제조사를 바꾸기로 했다. 내용물은 바뀌지만 이름이나 곰 캐릭터 패키지를 살려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는 두 업체의 재계약을 예상했지만 대한제분이 돌연 경쟁 입찰을 통보했다. 이에 세븐브로이도 입찰에 뛰어들었지만 떨어졌다. 이 회사는 곰표 밀맥주의 흥행에 힘입어 지난해 전북 익산 제조공장을 완공하고 사업을 키우려던 터라 상황이 난처해졌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한 제품이라 재계약을 예상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곰표 밀맥주의 비중이 커 생산 효율 문제를 고민해야 하지만 여러 신제품으로 이겨낼 것"이라 전했다.
업계에서는 대한제분이 주류 사업을 새 먹거리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사는 곰표 상표권을 제공하고 그 로열티를 받았지만 수익성이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제분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주류 중개 및 판매업, 주정 제조 및 도매업을 정관에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줘 소비자 경험을 향상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세븐브로이와 계약 만료 후 적법한 절차를 따라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와중에 세븐브로이가 대표 밀맥주를 내기로 하면서 두 업체 사이의 신경전도 볼 만해졌다. 세븐브로이가 곰표 밀맥주를 연상케 하는 곰 캐릭터 패키지를 공개하자 대한제분이 "고유 디자인을 카피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 세븐브로이는 대표 밀맥주 출시 계획을 밝힌 지 9일 만에 호랑이 캐릭터를 삽입한 패키지로 바꿨다. 상표권과 부정경쟁방지법 등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소비자가 헷갈릴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대한제분은 곰표 밀맥주가 흥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상표권에 있다고 보지만 세븐브로이는 소비자가 결국 제품의 본질인 맛을 쫓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편의점 협업 상품에 대한 관심은 1년이 채 못가기 마련인데, 곰표 밀맥주가 3년간 꾸준히 사랑받았다는 건 결국 맛이 좋았다는 뜻"이라며 "기존의 품질을 그대로 살리면 수요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 밀맥주는 빠르면 4월 말 곰표 밀맥주를 단독 판매했던 CU를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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