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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했다가 인생 꼬였다… 복수 맞불 아시아계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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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부딪힐 뻔하자 시비가 붙는다. 여자가 먼저 도발한다. 자동차 경적을 연속해서 세게 누른다. 남자는 소리친다. 여자는 가운뎃손가락을 차창 밖으로 내보인다. 남자는 화가 치민다. 분노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하지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둘 다 머리에 열은 올랐으나 집에 돌아간다.
여자 에이미(앨리 웡)는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운전한다. 남자 대니(스티븐 연)는 20년 가까이 된 트럭을 몬다. 우월감과 자격지심이 난폭 운전을 불렀는지 모른다. 그저 해프닝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을 일은 질긴 악연이 된다. 대니가 소심한 복수에 성공하자 에이미는 맞대응에 나선다.
장난스레 보이던 둘의 공방은 서로에 대한 분노를 더 키우고, 사건이 되어간다. 복수는 엉뚱하게도 사랑의 불장난으로 번지고, 가족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누군가 먼저 발을 빼면 큰 화를 면할 수 있었으나 두 사람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간다.
단지 난폭 운전이 문제였을까. 에이미는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는 겉보기에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남편 조지(조셉 리)는 유명 예술가의 아들이다. 에이미는 창업에 성공해 사업체를 거액에 팔기 직전이다. 계약만 마무리되면 딸 양육과 가사에 전념하며 살 수 있다. 꿈을 눈앞에 두고 있기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마마보이에 무능한 남편, 간섭으로 일관하는 시어머니 역시 에이미의 마음을 괴롭힌다.
대니는 에이미의 정반대편 인물이다. 건설사업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으나 현실은 수리공이다. 그마저 일감이 없어 생계가 불안정하다. 사촌 형 아이작(데이비드 최) 때문에 부모님은 모텔을 날리고 한국에서 어렵게 살아간다. 동생 폴(용 마지노)은 빈둥거리며 시간을 낭비한다. 집안을 일으킬 사람은 자신뿐인데 방법이 없다. 칼날 위에 서 있는 듯한 에이미와 대니가 조우했으니 분노의 출력은 커지기 마련이다.
드라마는 에이미와 대니의 다툼 속에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을 배치한다. 등장인물들은 본능처럼 성공을 갈망한다. 실패에 대한 공포가 크다. 교회에서 인맥을 다지거나 이곳을 구심점으로 삼는 재미동포의 삶이 투영되기도 한다.
일본계와 한국계의 은근한 반목이 소재가 되고, “오만한 한국인”이라는 대사가 서슴없이 나온다. 백인의 입에서 나왔으면 인종적 편견이 깃든 드라마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시아계가 주축이 돼 제작됐고, 아시아계 배우들이 이야기를 이끈다. 화면 속에서 백인은 소수인종에 불과하다. 아시아계가 중심이 돼 아시아계 사연을 풀어내니 그들의 삶을 좀 더 뚜렷이 그리고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블랙코미디이면서 스릴러이고 심리드라마이기도 하다. 웃기는 장면이 적지 않고, 서스펜스의 밀도가 꽤 높다.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스티븐 연과 앨리 웡 등 배우들의 호연까지 더해져 보는 재미가 있다. 제작사는 요즘 할리우드 품질보증마크로 통하는 A24다. 믿고 봐도 될 구성이고, 결과물이 빼어나다. 재미동포 이성진이 이야기 틀을 짰다. 그는 각본을 함께 쓰고 마지막 회를 연출하기도 했다. 재미동포의 삶을 이렇게 제대로 표현한 미국 영화나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묘사력이 뛰어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9%, 시청자 9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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