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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 훔친 거래 '억울한 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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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A는 남편 B의 폭력을 피해 가출하였으나, B는 A의 거처를 찾아내 문을 부수고 침입하여 A의 물건을 훔쳐간다. B는 훔친 A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A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고 온라인 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다음 대출을 받는다. B는 이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징역을 살게 되는데, 온라인 은행은 A에게 대출금을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한다.
(사례2) C는 20대 청년으로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생활비 대출을 알아보다가, 통장을 빌려주면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다는 범죄조직의 거짓말에 속아 자신의 통장번호를 알려주었다. 이 통장은 보이스피싱 대포통장으로 이용되었으며, 보이스피싱 피해자 D는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위 두 사례는 나와 동료 변호사가 각각 공익 소송으로 변호했던 사건들이다. 이처럼 절도나 사기 등의 수법으로 남의 이름을 도용하여 훔친 이름으로 거래를 하고, 그 피해가 명의자에게 돌아가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계좌 개설의 76%가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명의 도용 피해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위 사례들에서 A와 C는 취약한 상황 때문에 공익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다행히 소송에서 승소하여 대출금을 갚거나 피해배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피해자가 이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많은 사건에서 법원은 비대면 명의 도용 거래의 책임을 이름을 빼앗긴 명의인에게 지우고 있다. 일감을 준다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속아서 금융정보를 넘겨주었던 아르바이트생이 막대한 대출금을 부담하게 된 판결도 있고, 가족이 명의 도용해서 몰래 대출을 받은 사안에서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가 책임을 지게 된 판결도 있다. 사건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된 여러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명의가 도용된 피해자들이 위와 같은 판결들 때문에 아예 소송으로 다투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고 한다.
명의 도용 범죄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과 금융회사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금융범죄는 점점 진화하고 있고, 아무리 좋은 정책으로 막으려 해도, 또 새로운 방식의 범죄는 발생하게 된다. 온라인 금융범죄의 경우 범죄자를 찾기도 어렵고 검거되어도 피해보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결국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와 금융회사 중 누가 이름을 훔친 거래의 책임을 부담할 것인가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명의 도용 피해 사례에서 '과연 법이 공평하게 적용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취약한 상황의 피해자들과 최고의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소송을 진행하는 금융회사의 싸움이 혹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하지 않은 거래의 책임을 명의 도용 피해자에게 함부로 지워서는 안 된다. 이는 민법의 기본 원칙에도 반하고, 전자상거래와 관련한 법들의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 게다가 비대면 거래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위험은, 비대면 거래를 통해 비용을 절약하고 수익을 얻는 금융회사가 원칙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더 이상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판례의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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