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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오스카상이 있다면, 주인공은 컵 오브 엑셀런스 [커피로 떠나는 세계 여행]

입력
2023.04.11 20:00
수정
2023.04.11 20:55
25면

편집자주

싱글오리진? 가공방법? 컵 노트? 커핑 점수? 품종? 제일 비싼 커피? 제일 저렴한 커피?.... 첫 방문한 카페에서 내게 맞는 커피를 골라내는 방법에는 각각의 인문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4주마다 세계의 다양한 커피 이야기를 인문지리학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컵 오브 엑셀런스의 역사 ⓒCup of Excellence

컵 오브 엑셀런스의 역사 ⓒCup of Excellence

영화업계에 오스카상이 있다면, 커피업계에도 중량감이 비슷한 축제가 있다. 이름하여 컵 오브 엑셀런스(Cup of Excellence). 보통 줄여서 씨오이(CoE)라고 부르는데, 1위를 차지하면 CoE #1, 2위 수상이면 CoE #2 이렇게 많이 표기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는 카페에 가면 다양한 국가의 CoE 수상 커피를 만날 수 있는데, 주로 글로벌 옥션을 통해 소량만 유통되기 때문에 커피 소비자들한테는 가격이 비싼 커피로 많이 인식되어 있다.

컵 오브 엑셀런스는 말 그대로 '최상의 스페셜티 커피 경쟁(premier specialty coffee competition)' 프로그램이다. 커피 엑셀런스 연합(ACE·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이 중심이 되어, 1999년 브라질을 시작으로 주요 생산국별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현재 ACE 대표는 커피원두 국제 유통업계의 거물인 대런 다니엘(Darrin Daniel)이 맡고 있는데, 그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커피 행사에도 자주 참여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커피를 수출하는 국가를 커피 생산국이라고 한다면, 전 세계에는 커피 생산국이 상당히 많은데 2023년 현재 15개 국가가 CoE를 열고 있다. 남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가 참가하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에서는 과테말라,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가, 북아메리카에서는 멕시코가 주인공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르완다, 부룬디, 에티오피아가,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인도네시아가 2021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CoE 커피의 선정기준은 꽤 까다롭다. 1차는 생산국의 커피 전문가들이 국내 심판관으로 참여해 커피를 선정하고, 각국에서 선택된 커피들은 다시 글로벌 커피전문가들이 국제심판관으로 참여하는 국제 경쟁을 펼친다. 국제 경쟁에서는 베테랑 심사관들이 총 100회 이상의 커핑을 통해 가려낸다. 1위 커피의 경우 대개 90점이 넘는 경우가 많다. CoE에서 사용하는 커핑폼을 보면 아로마, 디펙트(결점두), 클린업, 단맛, 신맛, 마우스피스, 플레이버, 후미, 균형감 등 여러 채점항목이 있는데 이들 점수에 기본점수(+36)를 더해 85점이 넘어야 CoE 위너 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

CoE 커피를 판매하는 분들에게 '왜 CoE 커피를 옥션까지 참여해 어렵게 구매해 판매하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는데 "우선 맛있고, 전문가들이 보증했고, 생산자 추적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많았다. CoE 우승 커피들은 ACE/CoE 공식 홈페이지에서 커피 생산국 및 생산자 정보를 비롯해 상세한 커피 정보가 공개된다.

최근 2020년 제1회 에티오피아 CoE 1위 수상자인 니구세(Nigussie Gemeda Mude)를 에티오피아 현지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는 "CoE 덕분에 이제 외국에까지 알려져 전 세계에 커피를 팔 수 있게 되었고, 고용 창출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게 되어 좋다"고 답변했다.

CoE 프로그램에는 커피를 직접 생산하는 농부만 참여할 수 있고, 우승한 커피는 인터넷 경매를 통해 전 세계에 판매된다. 2022년 제3회 컵 오브 엑셀런스 에티오피아 1위 생산자의 해외 옥션 가격은 생두(볶지 않은 커피) 1㎏이 881.4달러에 낙찰되어 크게 뉴스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싸게 팔리는 커피는 대개 게이샤(Geisha) 혹은 게샤(Gesha) 이름이 붙은 커피와 CoE 위너 커피인 경우가 많은데 한 잔에 1만 원이 넘는다.

커피 한 잔의 적당한 가격이 얼마가 되어야 하는지는 생두를 취급하는 사람, 원두(볶은 커피)를 취급하는 사람, 커피를 내려 파는 사람의 입장이 다르고, 소비자의 입장이 달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커피 찾아 전국을 다니는 커피 애호가가 많아진 것도 분명하다. 결국 맛있으면서 가격까지 아름다운 커피를 만난다면 그게 바로 (요즘 젊은 세대들의 표현으로) '극락'이 될 것이다.

윤오순 에티오피아커피클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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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오순에티오피아커피클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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