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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청 의혹에 "당당하게"... 10년간 폭로된 미국 도청 사건들

입력
2023.04.11 17:30
수정
2023.04.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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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도·감청 의혹은 거짓 의혹" 공식 입장
안철수 "막연한 설명으로는 우려 불식 안 돼"

미국의 우리나라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과 관련, 야당 의원들을 비롯해 안철수 유승민 등 일부 여권 인사들도 "당당한 태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부는 도·감청 의혹이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미국의 사과를 요구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대통령실 "문건 상당수 위조돼"

대통령실은 11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하여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이어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 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군 기밀 문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감청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한 지 사흘 만에 “문건이 위조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10일에도 “의혹에 대해 미국 쪽에서 사실관계가 파악돼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유감 표명을 자제하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안철수 "자체 조사 필요" ... 조응천 "주권국가로서 강단 있게"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스1

그러나 우리 정부가 자체 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SNS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 정부는 미 정부의 설명만 들을 게 아니라, 실제로 미국의 도청은 없었는지, 용산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어떤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자체적으로 명백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며 “공개된 정보가 위조되었다거나 대통령실의 정보 보안은 확실하다는 막연한 설명만으로는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의 근본인 상호 신뢰를 위해서도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문제가 발견되면 확실히 제기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방국 미국에 대해 우리의 당당한 태도가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동맹국 사이에 도청, 감청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하며,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썼다. 또 “대한민국은 상대국이 누구든 당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우리 정부가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예전에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폰이 도청이 된 적이 있었고 (독일이)‘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냈었다”며 “(우리 정부도)미국을 향해서 해명을 요구하고 항의하고 입장을 받아내는 게 첫 번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서도 정보수집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외신 같은 것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실 확인은 더 이상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주권국가로서 강단 있게 얘기를, 할 말은 다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총리 10년 넘게 도청... 계속된 도청 논란

2013년 미국의 불법 도청과 감청 실태를 폭로한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AP 자료사진

2013년 미국의 불법 도청과 감청 실태를 폭로한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AP 자료사진

미국의 도·감청 의혹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내부 고발자'나 폭로전문가들에 의해 도·감청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고, 미국 대통령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동맹국에 대한 광범위한 도·감청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스노든은 유럽과 아시아의 수십 개 우방국의 정보를 수집하는 감시망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했다. 당시 주미 한국대사관 등 38개 나라 대사관들 역시 도청 대상이었다는 것도 밝혀졌다.

특히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당시 총리의 휴대폰 등을 10년 이상 도청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메르켈 총리가 미국에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우방과 동맹국 정상들의 대화 내용을 감청하지 않을 것"(2014년 1월)이라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 국가안보국이 2012~14년까지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등의 고위인사 통화 등을 해저케이블로 감청한 사실이 2021년 덴마크 공영방송 보도로 밝혀지는 등 미국의 약속을 무작정 신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국가안보국이 2008년 반기문 당시 유엔사무총장과 메르켈 총리의 대화 내용을 도청한 사실을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폭로(2016년)하기도 했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은 모두 100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과 같은 또 다른 우방국을 도청한 내용도 담겨 있다.

▶한국일보 사설 '대통령 방미 전 '안보실 감청' 악재... 당당하게 대응하라' 기사 링크가 열리지 않으면 아래 주소를 복사해 주소 입력창에 붙여 넣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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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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