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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환후 성차별을 더 절감한 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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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널리스트 제시카 노델의 저서 '편향의 종말'에는 극적인 사례가 등장한다. 1995년 스탠퍼드 대학에 재직하던 신경생물학자 바바라 바레스는 유방암 치료를 위해서 한쪽 유방을 절제할 때 나머지 유방도 절제했다. 가족력에 암이 있었기 때문에 의사도 이에 동의했지만 사실 그전부터 유방을 없애고 싶었다. 바레스는 한 번도 여자라는 성별을 편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 하이힐과 드레스도 항상 불편했다. 바바라는 1997년 성전환 수술을 받고 벤이라는 이름의 남성이 되었다. 그런데 이후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바레스가 트랜스젠더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말을 성전환 이전보다 더 유심히 들었다. 그들은 바레스의 권위에 의문을 품지 않았으며 회의에서 백인 중년남성인 그의 말에 끼어드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한 학회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오늘 벤의 세미나는 정말 훌륭했어. 그러고 보니 그의 연구가 그의 누이 것보다 훨씬 낫군." 바바라와 벤이 남매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바레스는 성전환 전에는 성차별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MIT 대학원에 다닐 때, 수학 수업에서 어려운 문제를 혼자서만 풀었더니, 교수가 "남자친구가 풀어준 모양이지?"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차별적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성차별의 시대는 이미 끝났으며 자신이 성차별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하지만 여성일 때는 생각, 공헌, 권위가 저평가되었지만 남성이 된 후에는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졌고 더 나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바레스는 2005년 하버드대 총장인 래리 서머스가 과학에서 여성의 역할이 적은 것은 여성과 남성의 선천적인 역량 차이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을 때, 네이처지에 반박문을 기고해 과학자 공동체는 편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레스는 죽을 때까지 차별 반대 투쟁의 열정적 옹호자로 활동했다.
이 책의 저자인 노델은 "편향은 옷감에 섞어 짠 은실처럼 문화 속에 짜 넣어져 있다. 어떤 빛 아래에서는 환하게 보이지만 다른 빛 아래에서는 알아보기 힘들다. 그처럼 반짝이는 실에 대한 당신의 상대적 위치가 당신이 그것을 보는지 아닌지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노델 역시 언론사에 자신의 이름인 제시카가 아니라 J.D.라는 이름으로 기사 기획안을 보낼 때 기사화될 확률이 높은 경험을 하고 이 책을 썼다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편향과 차별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언어에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구글의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였던 정김경숙은 내외부 문서에 성별, 인종, 장애인,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변인이란 의미의 Spokesman은 spokesperson으로 쓰고 남편/아내, 남자/여자 친구를 지칭할 때는 partner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시각장애를 부정적으로 고착화할 수 있는 '블라인드 스팟'이나 허용/비허용을 나타내는 '화이트 리스트'나 '블랙 리스트'라는 용어는 대용어를 찾아본다. 종종 자신은 편견이 없으며 차별을 경험한 적도 없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차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걸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차별과 편견 속에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이들이 어딘가에는 있을 수 있다고. 그들을 위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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