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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원유 감산(減産) 공세 극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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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 결정으로 상승하는 국제유가
에너지 절약 구조로 석유 수요 줄여 나가야
개혁 이뤄내는 국가 차원의 리더십 발휘돼야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해 OPEC 이 외의 산유국까지 포괄하는 국제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최근 하루 생산량을 116만 배럴 줄이는 대규모 원유생산 감축을 발표했다. 기존에 발표한 200만 배럴 감산 이후의 추가 조처이고, 둘을 합치면 세계 수요의 3~4%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국제유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상당한 규모다.
이에 따라 최근 하락하던 국제 원유가격이 다시 치솟았다.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국제유가의 움직임은 석유수출국의 감산동맹이 유지될 때 상승하고, 그렇지 못할 때 안정화되던 흐름이었다. 따라서 최근 감산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향후 경제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다. 하지만 산유국의 감산 시도가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공급을 줄여 가격상승으로 독점이윤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두 조건이 성립되는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첫째, 공급축소 참여자의 이탈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른 국가가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올릴 때 약속을 깨고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보다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에, 이탈 유인이 존재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감산 약속을 지키지 않게 작동할 수 있다.
둘째, 가격상승에 따른 수요감소로 수익이 줄어든 규모가 가격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보다 작아야 한다. 즉 가격이 올라도 계속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석유는 필수재 성격이어서 이 부분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세계 경제를 심각하게 위축시켜 수요를 크게 줄일 정도라면 상황이 다르기는 하다.
따라서 감산 시도가 반드시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첫 번째 요인에 따른 문제 해결은 우리 노력과 무관하다. 두 번째 요인도 국제적인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두 번째 요인은 우리의 대처와 관련해 에너지 수요 축소라는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는데, 실제로 1970년대 석유파동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이를 비교적 잘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는 당시 일본 경제의 대응이 이와 관련 깊다.
핵심은 '감량경영(減量經營)'으로 지칭되는 개별 기업의 경영합리화와 산업구조 개편하의 에너지 절약형 전환이다. 결국 재고자산이 증가하는 상황을 선제적 위기로 인식하고 신속하게 이를 조정하기 위해 강도 높은 사업구조 변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생산비용을 줄이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고비용 부문은 감산하고 비용대비 수익이 높은 부문에 집중하는 작업이다. 또 기존의 부채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곳은 자기자본 전환을 실행하고, 그렇게 하기 어려운 부문은 매각해 금융비용축소로 재무구조 합리화를 이루는 것이다. 하지만 개별 기업 차원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산업구조 자체를 경제 전반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일본은 1970년대를 지나면서 에너지 소비가 높은 대량생산 중화학공업에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첨단지식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그 개편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어 그 결과 석유파동 충격을 비교적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 반면 우리는 1970년대 초중반 제1차 석유파동 이후에 중화학공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화 작업은 충분히 진행되지 못한 상태였고 그러한 환경에서 특히 1970년대 후반 제2차 석유파동을 경험하며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물론 효율적인 산업구조로의 개편과 경영합리화 과정은 그 구체적인 내용에서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는 길이다. 하지만 산유국 감산과 불안정한 국제에너지 시장 가운데 우리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길임을 이론과 경험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 어려운 길에 대해 구성원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이끌 기업, 산업, 국가 차원의 리더십이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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