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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의 기적, '뉴 스페이스' 시대를 견인할 우주의학

입력
2023.04.11 19:00
25면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 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미 항공우주국 소속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에서 단백질 결정 샘플을 혼합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신약후보 물질 개발에 매우 중요한 단백질 결정의 순도는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보다 미소 중력의 우주공간에서 더 높아진다. ⓒNASA

미 항공우주국 소속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에서 단백질 결정 샘플을 혼합하는 시험을 하고 있다. 신약후보 물질 개발에 매우 중요한 단백질 결정의 순도는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보다 미소 중력의 우주공간에서 더 높아진다. ⓒNASA


우주정거장에서 기적의 항암물질 개발한 미 제약사
중력간섭 없어 줄기세포, 신약후보 개발에 탁월 효과
보령 등 국내 업체 투자에도 국가차원 지원 이뤄져야

지난해 11월 미국 바이오 회사인 '마이크로퀸'은 난소암과 유방암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로퀸은 후보 약물을 암세포에 적용, 96시간 만에 암세포가 100% 사멸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종양이 4일 만에 91%나 감소했다. 이 연구 결과가 놀라운 이유는, 이 약물의 개발이 우주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주가 의학은 물론 인류의 미래를 바꿀 차세대 공간으로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이 실험은 고도 350㎞에 위치한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이루어졌다. 우주에서 실험한 덕분에 지구에서보다 결과 도출에 걸리는 시간을 8년이나 앞당길 수 있었다. 지구에서는 중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약물 결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밀도 차이로 불균일한 결정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중력이 거의 0에 가까운 미세중력 환경의 우주 공간에서는 균일한 결정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특별한 우주의 환경 조건은 줄기세포 배양에도 유리하다. 줄기세포 배양은 인간의 세포나 조직, 장기를 재생시켜 기능을 회복하도록 하는 재생의학이다. 지상에서는 줄기세포 100만 개당 100개 정도만 원하는 세포나 장기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과학자들은 균일한 결정을 얻을 수 있는 우주에서 줄기세포 배양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지난달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발사된 스페이스X의 우주선 '크루드래건'에는 우주 스타트업인 '스페이스파마'의 실험 장비가 실렸다. 여기에는 사람의 피부 조직을 탑재해 항노화 의약품, 뇌 질환 등에 대한 연구가 우주에서 수행된다. 독일 제약사 머크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신규 약물전달기법을,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당뇨병 치료제를 우주에서 개발하는 등 이미 많은 제약사들이 우주의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령이 최근 우주의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민간 우주정거장을 계획하고 있는 미국 우주기업인 액시엄스페이스와 협력해서 우주에 진출한다. 전통적인 제약회사였던 보령은 우주에서의 휴먼 헬스케어 솔루션을 찾기 위해 지난해 '케어 인 스페이스(Care In Space) 챌린지'를 개최하기도 했다. 보령은 액시엄스페이스가 2024년 시작해서 2027년 무렵 구축을 완료할 민간 우주정거장에 실험실을 마련하기 위해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우주방사선 치료제를, 스페이스린텍은 우주의학 연구를 통한 뇌 질환 진단과 치료 기술을 개발 중이다.

미국의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Axiom Space)는 지구 저궤도에 있는 민간 우주정거장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1단계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호텔 모델을 연결해 사용하고, ISS가 퇴역한 이후 이를 분리해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액시엄스페이스

미국의 우주기업 액시엄스페이스(Axiom Space)는 지구 저궤도에 있는 민간 우주정거장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1단계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호텔 모델을 연결해 사용하고, ISS가 퇴역한 이후 이를 분리해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액시엄스페이스

민간 우주 개척이 본격화하면서 우주에서 건강하게 머무르기 위한 투자와 연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주의 무중력 환경은 제약, 바이오 분야의 연구 성과와 기술 개발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중력 공간에서는 약물을 만들 때 생성되는 단백질 결정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아 보다 균질하고 순도 높은 약물을 획득할 수 있다. 지구와 우주 공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주방사선 노출과 중력의 변화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4년 이후 우주의학 연구를 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간 국제우주정거장 의료 프로젝트, 우주 방사선, 탐사 의료, 인간 건강 등을 연구 개발했다. 유럽도 유럽우주기구에 우주 의학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우주의학은 우주에서 인간의 건강과 우주 환경에 의한 영향을 받는 인체의 변화에 대해 적절한 예방 조치와 보호 방법을 제공하는 의학이다. 해외 선진국들은 우주의학에 대한 투자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는데, 국내 우주의학 연구는 걸음마 수준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우주의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누리호 3차 발사가 눈앞에 와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견인할 한 축이 될 수 있는 우주의학 연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과 계획이 절실하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대체텍스트
황정아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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