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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축제가 '낙화 축제'로... 야속한 이상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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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벚꽃은 다 어디로 갔을까.
봄꽃 축제가 이제 막 시작됐는데, 주인공인 벚꽃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벚꽃의 ‘조기 엔딩’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5일 아침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곳곳엔 ‘꽃비’가 고였다. 벚나무가 심긴 보도와 주변 차도마다 벚꽃잎이 빼곡히 쌓여갔다. 그 모습이 연분홍 점묘화를 떠올리게 했다. 6일까지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양의 비가 이어진다고 하니, 주말이 오기 전 벚꽃축제가 사실상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랜 가뭄을 일부라도 해갈해 줄 봄비라 반가운 건 사실이나, 만발했던 꽃잎이 지고 또 지는 모습이 못내 아쉽다.
벚꽃의 조기엔딩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올해는 이상하게 벚꽃이 별로 없네.” 4일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를 출발해 '윤중로 벚꽃길'로 불리는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를 걷는 동안 심심찮게 들려온 상춘객들의 '감상평'이다. 이날 윤중로 벚꽃길은 예년과 달리 여유로웠다. 팬데믹 기간 열리지 못한 봄꽃축제가 4년 만에 재개되면서 마스크를 벗은 시민들이 봄기운을 자유롭게 만끽했다. 하지만 정작 벚꽃은 이미 만개 시기를 지나 저물어가고 있었다. 예년에 비해 개화 시기가 빨라진 탓이다.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라고 적힌 현수막 앞으로 뻗어난 벚나무 가지엔 꽃잎 없는 꽃받침만 무성했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진 것은 고온 현상과 일조 시간 증가 등 이상기후 때문이다. 특히 지난 3월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기온이 높았고 비는 역대 여덟 번째로 적게 내렸다. 역대 가장 건조하고 더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기상청이 발표한 '3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3월 전국 평균기온은 9.4도로 평년보다 3.3도 높았다. 이는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3월 일조시간은 평년보다 34.6시간 많은 237.7시간으로 역대 5위였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 길어진 일조시간에 힘입어 서울의 첫 벚꽃 개화가 평년보다 14일 앞당긴 지난달 25일 관측됐다. 1922년 서울에서 벚꽃 개화시기를 측정한 이래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개화시기의 변화는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년 전 같은 시기(2003년 4월 4일) 같은 장소(여의도 벚꽃길)에서 촬영한 사진을 이날 촬영한 사진과 비교해 보면 그 대비가 도드라진다. 기상청 관측 자료에는 20년 전 서울의 공식 개화일이 4월 5일로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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