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도, 세트도, 사진작가도 필요 없다... AI가 만든 초대형 패션광고

입력
2023.04.10 15:47
수정
2023.04.10 16: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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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저니·달리 등 그림 생성형 AI
잡지 표지 이어 대형 광고판도 접수

온라인 쇼핑몰 리볼브(Revolve)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이달 공개한 특별 광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배경 세트와 모델, 의류 등 광고 일체를 제작했다. 리볼브 제공

온라인 쇼핑몰 리볼브(Revolve)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이달 공개한 특별 광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배경 세트와 모델, 의류 등 광고 일체를 제작했다. 리볼브 제공


미국 온라인 쇼핑몰 리볼브(Revolve)가 최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 인근 고속도로에 설치한 초대형 광고판이 화제다. 모델 네 명이 의류 신상품을 입고 선 모습의 이 광고는 언뜻 보면 도로변에서 볼 수 있는 기존 광고판과 특별히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 광고는 배경 세트, 모델, 의류까지 전부 사람이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손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미드저니(Midjourney), 달리(DALL-E) 같은 그림 생성 AI가 만든 작품이 유명 패션잡지 표지를 장식하더니, 이제는 상업용 대형 광고판까지 접수한 것이다.

이번 광고는 리볼브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다. 업체 측은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꾸는 AI 모델)을 활용해 3개의 대형 광고판과 6개의 거리 포스터용 이미지를 생성했다. AI에 명령어만 넣으면 몇 초 만에 정교한 그림이 뚝딱 그려지지만, 아직 손가락을 뒤틀리게 그린다거나 선명도가 떨어지는 등 오류가 적지 않아 초대형 이미지 구현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광고엔 약 3주의 제작 기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리볼브는 구체적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광고판 제작 경비는 기존의 다른 광고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생성 AI의 오류가 빠르게 개선되면, 광고 제작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리볼브 광고를 제작한 메종 메타 측은 "(실제 모델을 썼다면) 사진 촬영 일정을 잡는 데만 몇 달이 걸렸을 수 있다"며 "보통 세트를 짓는 데 수만 달러가 들고, 어떤 사진작가나 모델을 쓰는지에 따라 (총경비가) 백만 달러 이상 들기도 한다"고 했다.

보그 싱가포르 3월호 표지. 인도계 여성을 닮은 가상모델이 등장했다. 보그 싱가포르 제공

보그 싱가포르 3월호 표지. 인도계 여성을 닮은 가상모델이 등장했다. 보그 싱가포르 제공


AI가 만든 이미지는 이미 패션잡지 표지까지 장식하고 있다. 보그(Vogue) 싱가포르는 AI가 생성한 동남아시아 가상인간을 표지 모델로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패션업계에선 디자인이나 판매로까지 AI 활용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도 있다. AI 도구에 명령해 복잡한 패턴을 단시간에 뽑아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를 분석해 앞으로 유행할 디자인을 생성하도록 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 같은 AI 활용의 증가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AI가 알아서 화보나 광고를 제작하게 되면 모델, 사진작가, 장소 섭외 담당자, 세트 제작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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