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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치열한 경쟁 속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IT용 OLED'에 과감히 투자 나선 까닭은

입력
2023.04.05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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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노트북·태블릿용 OLED 노려 4.1조 투자
"시장 주도권 유지 위한 대규모 선제 투자 결단"
충남 아산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형성도 기대

윤석열(앞줄 왼쪽 네 번째)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문성준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윤 대통령, 김태흠 충남지사, 박경귀 아산시장. 아산=서재훈 기자

윤석열(앞줄 왼쪽 네 번째) 대통령이 4일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협약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문성준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윤 대통령, 김태흠 충남지사, 박경귀 아산시장. 아산=서재훈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4조 원을 투자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을 새로 놓는다. 경기 둔화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한국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새 먹거리로 염두에 두고 있는 노트북과 태블릿 등 정보기술(IT) 기기용 OLED 시장의 생산 능력을 키우려는 뜻이 담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충남 아산시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해 지방자치단체 및 소재·부품·장비 대표기업과 투자 협약식을 열고 4조1,000억 원 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이 회사는 액정화면(LCD) 패널을 생산했던 자리에 OLED 패널 생산공정을 설치한 뒤 2026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산 신공장서 노트북용 OLED 연간 1,000만 매 생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3' 시리즈. 삼성전자 제공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북3' 시리즈. 삼성전자 제공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 결정은 빠르게 성장하는 고부가 IT기기용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을 확대하고 선점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이번 투자를 통해 8.6세대 OLED 패널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는 기존 6세대 패널 대비 면적이 약 두 배 넓다. 6세대 공정 기준으로 태블릿 패널(14.3인치)을 연간 450만 매 정도 생산할 수 있다면 8.6세대 설비로는 연간 1,000만 매까지 만들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26년에 IT용 OLED 매출이 전체 매출의 약 20% 수준으로 현재 대비 약 5배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2021년부터 IT용 OLED 생산을 위해 3조3,000억 원 규모의 시설 투자를 진행해 내년 중 태블릿PC용 패널을 양산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IT용 OLED 사업은 투자와 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주형 사업이기 때문에 수익 구조를 탄탄하게 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까지 TV와 스마트폰 만들 때 OLED를 가장 많이 썼지만 최근 수요가 줄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세도 덩달아 주춤했다. 하지만 IT기기용 OLED 시장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레노버·에이수스·델 등의 노트북 제작사가 OLED를 채택했고 애플도 2024년 아이패드, 2025년 맥북에 OLED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노트북용 LCD 패널 출하량이 2021년 대비 25.8% 감소한 반면 OLED 패널 출하량은 38.8% 늘었다.



중국 LCD 장악에... '프리미엄' OLED 키우는 한국

이재용(앞줄 오른쪽 두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앞줄 오른쪽 두 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월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국내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OLED 패널의 시장 규모를 키우려는 측면도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2021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은 대규모 정부 지원에 힘입어 적극적 투자로 세계 LCD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LCD 시장에서 발을 빼는 대신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한 OLED 생산에 집중하고 수요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OLED 세계 시장 71%를 장악해 중국(28%) 대비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뿐 아니라 생산성 면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규모 있는 투자는 여전히 중요하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산 신청을 한 일본의 JOLED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도 초기에 적극적인 투자를 포기하면서 OLED 경쟁력을 잃은 사례"라면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에 맞서 OLED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앞서 디스플레이를 국가첨단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4,200억 원 규모의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기업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금융·세제 측면에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투자가 아산시의 종합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구축으로 이어지면서 지역 균형 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투자가 국내 설비 및 건설업체 매출을 약 2조8,000억 원 늘리고 2만6,000명 규모의 신규 고용 창출 효과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15일 경기 용인시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짓겠다는 발표와 함께 전국 곳곳에 60조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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