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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이용자가 개발자로 입사" 덕업일치 게임회사 만든 윤성국 클로버게임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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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과 조카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든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모바일 게임개발 업체 클로버게임즈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문구다. 요즘 '로드 오브 히어로즈'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뜨는 이곳은 사무실 곳곳에 재미있는 문구가 붙어 있다. 면접자 대기실에는 지원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쫄지 마세요, 입사하지 않으면 남입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이런 문구들은 직원들의 공모를 받아 붙여 놓았다.
2018년 클로버게임즈를 창업한 윤성국(45) 대표를 서초대로 사무실에서 만나 가족이 즐기는 게임에 대해 물었다. "나중에 아이에게 아빠가 만든 게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임이죠.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돈을 잘 버는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들이 많죠. 이왕이면 돈도 벌며 밝고 건전한 게임을 만들자는 고민을 모토에 담았어요."
그렇게 등장한 것이 2020년 3월 선보인 수집형 역할분담게임(RPG) 로드 오브 히어로즈다. 그해 11월 대한민국 게임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이 게임은 이용자가 왕이 돼 영웅들을 모아 세상을 바꾸는 내용이다. "게임 속 군주(로드)는 불합리한 봉건제 등을 바꾸는 이상적 지도자예요. 다른 군주들과 동맹을 맺거나 무력으로 정복하며 불합리한 것들을 바꿔야 하죠."
이 게임은 이용자들과 함께 만들었다. "2019년 이용자 30명을 회사로 초청해 시험판 게임을 해보고 의견을 듣는 포커스그룹 테스트를 거쳤어요. 그때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었죠."
포커스그룹 테스트는 의견 청취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의 손동작, 표정까지 관찰하며 반응을 본다. "개발자들이 이용자 뒤에서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지 지켜봐요. 사람마다 문제 해결 방식이 달라 이들의 반응이 개발에 반영되죠."
개발자들에게 포커스그룹 테스트는 냉혹한 자리다. "이용자들은 솔직해요. 재미없으면 가혹하고 냉정하게 얘기하죠. 개발자들이 상처를 받지만 비판 이유를 알 수 있어 정식 게임 출시 전에 개선할 수 있어요."
덕분에 이 게임은 2020년 구글 인기게임 5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앱을 내려받은 횟수는 500만 건 이상, 월간 이용자가 10만 명에 이른다. 이용자의 70% 이상은 국내, 나머지는 해외에 있다.
그만큼 이 게임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174개국에서 우리말, 영어, 일본어, 독일어, 불어 등 다양한 언어 서비스를 해요. 중국과 북한 빼고 거의 대부분 국가에 이용자가 있죠."
해외에서는 게임에 들어간 한국적 요소를 재미있게 본다. "많은 게임이 신과 마족의 대결 등 서양 판타지 요소를 도입해요. 그런데 이 게임은 한복이 나오는 등 한국적 특징을 넣었죠."
중국 서비스는 제약이 많지만 진출을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게임 서비스 권리인 판호를 외국업체들에게 쉽게 주지 않는다. 그사이 중국 게임업체들은 판호를 보호장벽 삼아 개발능력을 키웠다. "판호는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죠. 판호를 받아도 중국 게임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 경쟁이 힘들어요. 그래도 중국이 전 세계 게임시장을 합친 만큼 커서 들어가고 싶어요. 이를 위해 현지 업체들과 협의 중입니다."
윤 대표는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인기 비결을 '덕업일치'에서 찾았다. 덕업일치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 버는 것을 말한다. "새로 뽑은 개발자 5명 중 1명은 이 게임을 즐기다가 개발자가 됐죠. 그만큼 게임을 좋아하고 즐기는 개발자들이 많아서 이용자들의 불편과 좋아하는 것을 잘 알죠. 이처럼 애정을 가진 덕업일치 개발자들이 게임을 발전시켜요." 개발자는 전체 직원 117명 가운데 70%를 차지한다.
두 번째 게임은 지난해 7월 출시한 '잇츠미'다. 이 게임은 독특하게 가상세계(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 게임을 진행한다. "다른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게임 진행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만든 사회관계형(소셜) 게임이죠. 타인이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평가를 해요. 인기가 오르면 아바타의 전투력이 올라가죠."
잇츠미는 특이한 장치가 들어 있다. "게임 속에 오래 머물면 능력치가 거꾸로 낮아져요. 현실에서 오래 일하면 피곤한 것과 같은 이치죠. 이용자들은 싫어하지만 과몰입하지 않고 적절하게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 넣었어요."
미국과 유럽에서만 공개한 잇츠미는 지난해 기준 100만 건의 내려받기 횟수를 기록했다. "한국 게임 이용자가 세계에서 제일 까다로워요. 그래서 국내 서비스는 품질을 높여 하반기 제공 예정입니다."
세 번째 신작으로 또 다른 수집형 RPG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용으로 만들어 PC와 가정용 게임기(콘솔)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 포커스그룹 테스트를 하고 내년 말 출시가 목표죠."
매출은 로드 오브 히어로즈의 경우 게임 내 아이템 판매를 통해 올린다. "기본 게임 진행은 무료이고 좀 더 재미있게 하려면 돈 주고 아이템을 사야 해요."
불행하게도 지난해에는 게임이 등장한 이래 최초로 시장이 줄어든 역성장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감소로 실외 활동이 늘어 게임 이용률이 줄었어요. 여기에 경기가 좋지 않아 사람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하며 게임에 돈을 많이 쓰지 않았죠. 이런 추세는 경기 동향과 맞물려 한동안 이어질 겁니다."
여기 대비하기 위해 윤 대표는 지난해 3분기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광고 비용 등을 줄이고 있어요. 대신 이용자와의 접점을 계속 가져가야 하니 인터넷 방송을 하거나 게임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려고 해요."
클로버게임즈도 매출이 줄었다. "지난해 매출이 1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15% 줄었어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때문에 돈을 잘 벌어 상대적 감소폭이 커 보여요. 여기에 신작 게임 개발 등으로 지난해 영업적자가 늘었죠. 올해는 수익이 나도록 해야죠."
다행히 그동안 투자를 잘 받았다. 스프링캠프, DSC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 네이버웹툰 등에서 누적으로 150억 원 이상 투자받았다. 특히 네이버웹툰의 투자는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다. "네이버웹툰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할 여지가 있죠. 기회 요인이 하나 더 생긴 만큼 네이버웹툰과 사업 연계 효과를 내기 위해 계속 협의할 생각입니다."
로드 오브 히어로즈에도 다른 부분 유료게임처럼 말 많은 확률형 아이템이 존재한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같은 비용을 지불해도 뽑기처럼 운에 따라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 보니 일부 게임업체들이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낮춰 폭리를 취한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국회에서는 지난 2월 말 게임산업진흥법을 개정해 게임개발업체가 홈페이지에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 등을 공개하도록 했다.
윤 대표는 좋은 아이템을 바로 살 수 있는 직접 구매형과 일정 횟수 이상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면 반드시 좋은 아이템이 나오도록 보장하는 장치가 공존하도록 만들었다. "해외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나쁘게 보지 않아요. 모든 아이템을 사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적은 비용으로 비싼 아이템을 뽑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해외에서는 유료 구매 아이템만 있으면 부정적으로 보고 확률형 아이템을 넣어달라고 요구해요."
따라서 그는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기보다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법으로 규제하면 게임업체들이 법을 우회하는 정책을 펼 수 있어요. 그러면 이용자들만 피해를 보죠. 게임업체들도 좋은 아이템이 나올 확률을 지나치게 낮추는 짓은 하지 말아야죠."
부산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중학생 때부터 손이 마비될 정도로 게임을 했어요.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 장르 가리지 않고 컴퓨터 게임을 했죠."
당연히 첫 직장도 게임개발업체 넥슨이었다. "게임이 너무 좋아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넥슨에 취직했죠. 당시 '카트라이더' '메이플 스토리' 등 넥슨 게임을 즐겨해서 무작정 지원했어요."
117만5,000원. 그는 2003년 넥슨에서 '마비노기' 게임 운영자로 받은 첫 월급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넥슨에 4년 근무하며 1년에 5일 이하로 쉬었어요. 그 정도로 게임과 회사 일에 미쳐 있었죠."
2007년 네이버로 옮기며 게임 기획자가 됐고, 직접 게임을 만들고 싶어 2011년 다른 창업자들과 스마트스터디(현 더핑크퐁컴퍼니)를 설립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유튜브 영상 '아기상어'와 '핑크퐁' 캐릭터를 만든 회사다. 이후 클로버게임즈를 창업했다.
그는 게임을 현실의 보완재로 본다. "게임은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것들을 대신 충족하며 위안을 받아요. 현실에서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반드시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지만 게임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캐릭터가 성장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어요. 다만 게임업계에서도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죠."
그에게 게임 개발은 포기할 수 없는 도전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재미있어요. 앞으로 지하철에서 우리 게임 이용자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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