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극한 대치로 국정위기 점점 증폭
경제ㆍ안보상황 격변 속 국론분열 위험
이재명 대표도 불러 ‘협치’ 노력 보여야
한일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격화하는 정쟁은 ‘이해와 조정’의 기본마저 실종된 우리 정치의 강퍅한 현실을 안타깝게 반영한다. 외교는 다른 나라를 상대로 한 국제정치다. 여든 야든, 정파적 대립을 넘어 국익을 위해 힘을 모으고 지혜를 짜내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기 위해 정부ㆍ여당은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야당의 이해와 지지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야당 또한 우리 외교가 대외적으로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적정한 선에서 힘을 모아줘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애초에 일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한 야당 설득에 적잖이 미흡했다. “지지율이 10%대로 가도 한일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각오는 충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식 일방통행은 우직했다. 검사의 기소나 판사의 판결은 법전이라는 절대적 근거에 의해 언제나 정당화될 수 있지만, 통치행위는 아무리 옳아도 결국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얻어야 힘을 받을 수 있다. 대통령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야당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한일 정상회담 잘했다고 북 치고 장구 치란 얘기가 결코 아니다. 국민 여론을 반영해 비판에 나서는 건 야당의 당연한 책무일뿐더러, 합당한 비판은 무성의한 일본 정부의 ‘상응조치’를 압박하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긴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정상회담 공세는 국익을 위한 ‘소금’이라기보다,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잿물을 뿌리고 억지 선동으로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쪽으로 엇나가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만 해도 그렇다. 지난달 29일 일본 교도통신은 윤 대통령이 방일 당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접견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일의원연맹 회장으로서 동석했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의 관련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우리 국민으로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확인했다.
설사 교도통신 보도를 믿는다 쳐도, 윤 대통령의 언급은 ‘일본 뜻대로 한국 국민을 설득시키겠다’는 뜻이라기보다는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의 외교적 표현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애써 ‘굴종외교’ 공세를 이어가며 국정조사와 탄핵까지 운운하며 선동에 매달리는 모습이니, 공감을 모으긴커녕 국민적 걱정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상궤를 벗어난 여야 대치의 배경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비리혐의와 검찰수사에 따른 정국경색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4월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다수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인 양곡관리법을 비롯해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ㆍ김건희 여사 특검)’ 등 대통령 거부권이 예상되는 법안들을 축으로 여야 대치가 더 격화할 우려가 크다.
국가지도자로서 대통령이 상황을 방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적어도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등 원내 야당 지도부들을 불러 한일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와 안보, 국제질서 격변 상황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에 나설 필요가 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피의자로서 이미 기소된 상황이라 모양새가 난감해진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도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포함해 야당 대표들을 만나 ‘협치’를 구하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그게 국정에도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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