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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 대중수출 부진은…반도체 수출 부진·중국 수출 연계 약화

입력
2023.04.04 07:00
수정
2023.04.21 19: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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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올해 들어 최대 흑자국 → 적자국 기록
반도체 수출 부진하고 중국수출 자립도 상승
"수출국 다변화하며 중국 내수시장 공략해야"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서 수출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오가고 있다. 칭다오=AP 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칭다오항에서 수출 컨테이너를 실은 트럭이 오가고 있다. 칭다오=AP 연합뉴스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를 이끌어왔던 한중 교역 구조가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를 맺은 이후 31년 만인 올 1분기 대중(對中) 무역 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변화하는 중국 경제 산업 구조에 따라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 위축·중국 내수시장 부진…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

중국 수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 그래픽=신동준 기자

중국 수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 그래픽=신동준 기자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04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3.4% 감소하면서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체 수출 중 중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8년 26.8%→지난해 22.8%로 감소한 뒤 올해는 지난달 25일까지 19.6%를 기록해 20%대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대중 수출액이 침체기를 맞은 이유는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으로 나뉜다. 먼저 ①대중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부진을 겪고 있고 ②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중국 내수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까지 중국을 비롯한 미국, 홍콩, 베트남, 대만 등 우리나라 반도체 상위 5대 수출국에 대한 수출은 모두 감소세다. 특히 D램 등 주요제품의 가격 하락으로 지난달 대중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 49.5% 줄었다.

중국 내수 시장 상황도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3% 경제성장률을 보였지만 전년 대비 수입증가율은 4.2% 감소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장은 "올해 초 중국 내수 생산 활동이 정상을 찾아 대중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그러나 중국 리오프닝과 위드 코로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한국산 중간재 수요 감소… 한중 무역구조 '먹구름'

전체 수출 중 중국 비중. 그래픽=신동준 기자

전체 수출 중 중국 비중. 그래픽=신동준 기자


문제는 경기가 나아져도 한중 교역구조가 가진 구조적 한계 때문에 대중 수출은 계속 먹구름이 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원자재가 나지 않는 한국은 중국에 철강·석유화학·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만들어 수출하고 중국이 전 세계에 완제품을 보낸다. 그러나 중국이 직접 자국에서 중간재를 자체 조달하면서 지난해 기계류, 화학공업, 플라스틱 등 분야에서 마이너스를 찍었던 중국의 수출 자립도는 0.29~0.80으로 올랐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장은 "중국은 한국을 대체할 수 있는 수입 국가가 많지만 우리에겐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품·소재를 대체할 곳이 없다"며 "중국의 한국 의존도는 낮아지지만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진 한국외대 중국외교통상학부 초빙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 세계화 흐름, 외국인 투자 혜택 등으로 중간재 수출에 최적이었지만 중국의 기술력도 자체 가공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중간재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서는 대중 수출 부진은 어쩔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안정화를 추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상현 센터장은 "비용이 더 들어도 부품·소재 등 중간재 조달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며 "세계 경제에서 자국 중심주의가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는 만큼 중국과 전략적 협력 채널을 유지하면서 수출국 다변화 전략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경기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기회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수 실장은 "중국은 1인당 구매력이 약 1만7,000달러에 달하는 14억 인구의 대규모 시장"이라며 "차별화된 소비재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유망한 중국 기업에 지분 투자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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