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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강남 한복판 납치사건, 청부 살해인 듯… 벨로스터 탄 이유는”

입력
2023.04.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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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사람, 차 있는데도 대범하게 납치
"살해 재촉 받았을 것"
납치 차량은 눈에 잘 띄는 벨로스터
'영상 패턴 매칭' 기술 활용했더라면

닷새 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청부 살인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가 나왔다. 또 피해자 납치 후 시신이 유기되기까지 약 6시간 동안 납치 차량을 찾지 못한 경찰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사람, 차 다니는 데서 납치... "살해 재촉받았을 것"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난달 29일 밤 11시 46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부근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교수는 목격자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이 대담하게 피해자를 납치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절박하게 이 피해자를 납치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사정, 예컨대 지금 꼭 이루어야 하는 사정(이 있는데), 피해자와 납치범이 (서로) 알고 있는 사람들 같으면 이러지 않을 것 같다”며 “피해자와 납치범들은 전혀 안면이 없고 빈틈을 노리기가 어려운 관계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청부(살인)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 일반적으로 청부라고 하면 아무래도 시한을 주기 때문에 금전거래도 이루어지고 했는데 시행하지 않는다는 재촉을 받는다거나 그런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하게 만드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납치범들이 2, 3개월이나 피해자를 미행했지만 빈틈이 보이지 않자 주변에 사람들과 차들이 다니고 있는데도 대담하게 납치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A씨가 납치된 곳은 주변에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있고 한 블록 옆에 대치동 학원가가 있는 번화가다. 납치 당시 자정이 가까운 시간임에도 차들이 계속 지나가고 있고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목격자가 3분 만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여성 A씨는 납치 후 살해돼 6시간 뒤인 30일 오전 6시쯤 시신이 유기됐다. A씨를 납치·살해한 용의자는 30대 남성 3명, 사건 발생 42시간이 지난 31일 모두 긴급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중 2명(1명은 30세·무직, 다른 1명은 36세·주류회사 직원)은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고, 범행을 최초 계획하고 다른 2명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이는 1명(35·법률사무소 직원)은 피해자와의 관계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자 소유 가상화폐를 빼앗으려 범행했다”는 취지의 진술에 대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으며, 청부살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사건의 용의자 3인조 중 한 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사건의 용의자 3인조 중 한 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 교수는 돈 때문에 빚어진 원한을 살해 동기로 보고 있다. 그는 “금전과 연관된 원한관계였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아 보인다”며 “피해자가 (전자화폐 거래) 사업을 시작한 후 그 사업에 연루된 사람들이 아마 피해 호소를 하고 있는 것 같고, 그 끝에 그 사건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 두 명에 의해서 일어난 사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치밀하게 벨로스터 준비... 흔치 않은 차종인데도 못 찾아"

이 교수는 용의자들이 납치에 사용한 현대 벨로스터 차량에도 주목했다. 흔하지 않은 차종이라 눈에 잘 띄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벨로스터는 운전석과 조수석, 그리고 조수석 뒷문만 열리고 운적석 뒤에는 문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교수는 “피해자를 차 안에 몰아넣었을 때 반대편 차량의 문을 열고 뛰쳐나가 도주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그런 차량까지 준비를 한 것은 비교적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차량의 특수성을 납치범 추적에 활용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차량의 특수성이 틀림없이 존재하기 때문에 만약에 고속도로에서 지금 이런 차량을 추적하려고 하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 납치 3분 만에 목격자가 112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1시간여가 지난 다음 날 0시 52분에 폐쇄회로(CC)TV 분석으로 범행 차량을 특정했다. 그사이 피해자를 태운 차량은 서울을 빠져 나갔고, 납치 6시간 뒤인 30일 오전 6시쯤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피해자의 시신을 암매장했다. 밤새 별다른 제약 없이 납치→도주→살인→유기 전 과정을 해치운 것이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 개요도

강남 납치·살해 사건 개요도

이에 대해 이 교수는 “(CCTV에) 번호판과 차량 모양도 나와 있고, 앞좌석에 두 사람이 타고 있는 장면은 고속도로에 있는 모든 CCTV에 다 걸릴 것”이라며 “컴퓨터로 ‘패턴 매칭’이라는 기술을 이용해서 번호판 정보만 입력하면 그 차량이 지금 충북을 빠져나가고 있는지 충남으로 진입을 했는지 이런 것들을 순식간에 컴퓨터로는 알아볼 수가 있었을 텐데 그런 시스템이 지금 경찰청 안에 활용이 되고 있는지가 좀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물에 대한 패턴 매칭) 기술은 이미 개발되어 있고, 만약에 작동만 시켰으면 몇 분 이내로 차량을 고속도로상에서 포착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결국 인명 피해로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여서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은 컴퓨터에다 입력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그런데 만약에 그런 부분에서 여러 가지 행정상의 지연이 있었다면 그것은 꼭 극복을 해야 되는 문제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찰은 납치 차량을 찾는 데 “현실적 어려움이 많았다”는 입장이다. 현장 주변 및 통합관제센터 CCTV의 화질이 나빠 차량을 특정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피의자들이 납치 후 고속도로로 용인까지 빠르게 이동한 뒤 일부러 국도로 빠져 대전으로 가는 등 동선을 복잡하게 짜 추적에 애를 먹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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