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는 불만 쏟아냈지만 게임사들 수장 연임 택했다...주주들 달랠 카드 있을까

입력
2023.04.03 09: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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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컴투스 소액주주, 모임 만들어
"투자 회사들 주가 하락 불만...세대 교체 필요"
회사들은 기존 리더십 필요성 강조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사옥에서 열린 넷마블 정기 주주총회 모습. 넷마블 제공

지난달 29일 서울 구로구 사옥에서 열린 넷마블 정기 주주총회 모습. 넷마블 제공



최근 침체된 시장 분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은 게임사들이 지난주 이어진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끝난 경영진 대부분에게 연임의 기회를 주며 안정을 선택했다. 일부 기업의 주총에서 주주들이 실적 부진과 주가의 하락세에 불만을 터뜨리자 대표들은 부랴부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정기 주총을 마친 크래프톤·NHN·위메이드 등 주요 상장 게임사들의 주주총회에서 대표의 연임안이 통과됐다. 넷마블은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연임에 더해 권영식·도기욱 각자대표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고, 컴투스는 송재준·이주환 각자대표 체제에서 이주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연임 의제가 없던 게임사도 회사가 준비한 안건이 무난히 승인됐다.

하지만 낮아진 주가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끓어올랐다. 지난달 28일 열린 크래프톤 주총에서는 소액주주 모임이 3% 지분을 모집해 장병규 이사회 의장과 김창한 대표를 겨냥해 재선임을 반대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들은 장 의장이 개인 일정 사유로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기업 주총에서도 비슷한 불만이 제기됐다. 컴투스 소액주주는 크래프톤과 유사한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총 전날인 29일 "지분 2%를 모았다"는 자료를 배포하며 압박했다. 같은 날 열린 엔씨소프트 주총에서도 주주들이 실적 부진에 따른 경영진 책임론을 꺼냈다.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과 '리니지'로 대표되는 특유의 오래된 비즈니스모델(BM)을 고집하고 있다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

엔씨소프트 주총에 주주 자격으로 참석한 위정현 중앙대 교수(한국게임학회장)는 게임사들이 대체로 변화 없는 주총을 택한 것을 "중국으로의 진출 길이 막히고 신작 게임이 성공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기업들이 전문 경영인이나 회사 내에서 성장한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넘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게임사 대표 "올해는 실적 개선... 장기적 관점에서 봐달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달 31일 주총을 마친 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난달 31일 주총을 마친 후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경영진 책임론이 실제 각 게임사 대표들의 연임을 막을 가능성은 없었다. 일반 주주들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갈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부진하고 있지만 소비 심리 위축과 물가 상승 등 외부 요인의 영향도 있다"면서 "기존 리더십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임에 성공한 대표들도 가능한 한 주주들의 불만에 응답하고자 애썼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주가가 많이 하락했고 출시한 게임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면서 "제 무능함이 지속된다면 임기(3년) 만료 전에 은퇴할 각오"라고 밝혔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지난달 31일 주총 직후 열린 '주주와의 대화'에서 "지난해 성과가 객관적으로 안 좋았고 책임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1년 단위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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