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균 이력을 관리한다?

입력
2023.04.03 17: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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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식품ㆍ의료제품 이야기] 김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미생물과장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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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면 부모에게서 이름을, 국가로부터 고유번호(주민번호)를 부여받고, 이는 자격증ㆍ여권 등에 기재돼 평생 동안 개인의 일상에 많은 역할을 한다.

그러면 미생물은 개별적인 이름과 고유번호가 있을까. 모든 미생물에 대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식중독이 발생하면 이와 관련된 식중독균에 고유번호가 부여된다. 그러면 왜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그 활용도는 무엇일까.

식중독이 발생하면 섭취한 식품ㆍ제조 환경ㆍ조리 종사자 등에게서 시료를 채취해 미생물을 분리한다. 이렇게 분리한 균은 혈청형, 병원성 유전자, 유전자 지문(효소를 처리해 유전자의 절단 양상을 분석하는 기술), 전장 유전체(500만 개 정도의 모든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 등 특성별로 분석해 미생물별 고유번호를 부여한다. 이렇게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미생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되고 현재까지 저장된 데이터는 1만7,600종에 이른다.

그러면 미생물 특성을 분석한 DB를 만들어 이력을 관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21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A지역 김밥집 등 다수의 음식점에서 연속적으로 식중독이 발생했다.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식중독 환자와 식품 등에서 분리한 균을 축적된 DB와 비교 분석한 결과, B농장에서 유통한 달걀에서 분리된 균과 일치했다. 이를 근거로 B농장의 위생 관리를 강화했고 식중독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면 외국에서는 식중독균 DB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2013년부터 식중독균 유전체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현재 100만여 건을 DB(GenomeTrakr)화해 식중독 원인 조사에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5월~2015년 3월 미국 내 식중독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환자에게서 분리된 균과 DB에 등록돼 있는 자료의 유사성을 분석해 C회사 제품 및 제조공정에서 분리된 균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해당 제품 회수 및 제조 환경 위생 관리를 통해 추가 확산을 예방했다.

현대 사회는 정보력이 무기이고 아는 게 힘이다. 미생물도 고유번호를 토대로 문제가 발생할 때 이력을 추적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이유다.

김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미생물과장

김순한 식품의약품안전처 미생물과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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