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인류 최초의 챗봇은 백설공주 동화 속의 마술 거울일 것이다. 왕비는 거울을 통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백설공주라는 걸 알게 되었고 공주를 해치게 된다. 만약 왕비에게 거울이 없었거나, 마술 거울을 백설공주도 갖고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필자는 백설공주 동화 속 왕비의 대사를 챗GPT 4.0(Mar. 14 2023 버전)에 질문해 보았다. 누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가(Who is the fairest in the world?)와 누가 이 땅에서 제일 예쁜가(Who is the fairest in the land?)를 물었을 때 답이 달랐다.
전자의 질문에는 '저는 인공지능 언어모델이므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누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냐는 질문은 다른 사람을 평가하거나 비교하는 것이며, 이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라는 상대주의와 개인주의 관점에 기초한 답을 했다. 후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AI 언어모델로서 개인적 의견이나 신념을 갖고 있지 않다는 멘트를 앞단에 전제하고, 백설공주 동화 이야기를 3~4줄 깔끔하게 요약해 주었다. 챗GPT 4.0이 탑재된 Bing AI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질문 두 개를 구글(google)과 아마존 알렉사(Alexa)에 하였더니 백설공주 동화 관련 정보를 소개해주는 결과를 제공했을 뿐 가치판단이 개입된 답변은 없었다.
이번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챗GPT 4.0은 구글 및 알렉사의 알고리즘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로 특정 관점과 가치관에 기초해 필터링된 답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용자가 '질문을 얼마나 잘 하는가'에 따라 답변 내용과 수준이 달라지고 칭찬을 해 주면 강화(reinforcement)되기도 하는 챗GPT는 사용자 수준별로 답변 결과가 향상될 수도 있는 신기술임에 틀림없다.
챗GPT 4.0을 기업경영 현장에 도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파워포인트, 엑셀, 워드 등에 챗GPT 기술을 접목해서 문서작성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경우도 많다. 임직원 교육훈련을 고도화시킬 수 있고 회사 내 횡령사고를 감시하는 재무회계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한다. 챗GPT 기술이 접목된 면접은 이전의 AI 면접 기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불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곤 했던 인사고과도 챗GPT 기술을 활용하면 공정성과 정확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신개념 비즈니스도 탄생하면서 기존 사업들에 도전하고 있다. 외국어 학습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Duolingo나 Quizlet 그리고 Speak 같은 스타트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Instacart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건강식품은 무엇인가요?'와 같이 음식에 대한 궁금증을 인공지능으로 답하고 대화할 수 있는 음식쇼핑 서비스 제공 비즈니스도 있으며, Shopify 모바일 쇼핑 도우미 서비스도 등장했다.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로 탄생한 전자정부는 챗GPT를 계기로 '챗봇 정부(chatbot-government)'로의 변화와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챗봇은 특정 관점(perspective)과 가치판단(사상적 개념과 세계관)이 포함된 답을 할 수 있으므로 불확실한 시장과 미래 상황을 특정 관점에 기반하여 확률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략적 경영이 최고경영자의 상황판단 관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경영자의 상황 판단에 영향을 줄 것이다. 상대 기업의 전략에 대응하는 의사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전략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편견이나 편향성이 들어간 의사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것을 방지하는 문제도 과제가 될 것이다.
미래는 얼마나 강력한 챗봇 기술을 보유했는지, 또 챗봇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따라 조직이나 국가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 챗봇을 더 좋은 세상과 삶을 만들어 가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범죄 수단으로 사용하게 될 것인지는 결국 우리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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