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진짜 중요한 문제들은 외면한 채 양쪽으로 나뉘어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구체적 사례로 분석하고 해결책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3,000명으로 4,400만 유권자 흔드는 개딸
30%지지 '증오 정치' 로 당선되는 성공 공식
개딸은 어제의 대깨문, 민주당 모두의 책임
'대깨문', '개딸' 등으로 불리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민주당 극렬 지지자는 몇 명이나 될까.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3,000명가량으로 본다. 2018년 소위 '혜경궁 김씨' 사건 때 이정렬 변호사가 네티즌들의 위임을 받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를 고발할 때 함께한 사람의 숫자가 그 정도였다.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트윗을 했다는 것이 주된 고발 이유였다. 상대 정당이 아닌 같은 정당 내의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인을 공격하기 위해서, 자기 이름을 내걸고, 형사 고발에 나서는 사람들이라면 극렬 지지자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는 4,400만 명이 넘는다. 민주당 당원은 486만 명, 매달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은 240만 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왜 민주당은 한줌에 불과한 극렬 지지층에 끌려다닐까? 선거 승리에 가장 손쉬운 전략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총선 투표율은 60% 정도다. 25% 내지 30%의 표를 얻으면 당선이 확실하다. 상대방 지지자를 전향시키거나 중도층을 끌어들이는 것보다는 기존의 지지층을 결집시켜서 투표소로 나오게 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용이할 수 있다. 동원 방법도 쉽다. 과반수의 동의를 받을 공약이나 정책을 만들려면 수많은 타협과 조정이 필요하다. 소수의 지지층을 동원할 때는 그럴 필요가 없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면 된다. 이때 극렬 지지자들이 큰 역할을 한다. 팬덤 정치가 극성을 부리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크게 볼 때 이런 방식은 결국 대한민국 정치판 전체를 편 가르기와 혐오의 장으로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동한다. 소수의 지지에 힘입어 집권까지 성공해도 그런 방식을 통해 적개심을 갖게 된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국정 동력을 떨어뜨린다. 활용하는 진영 자체에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혜경궁 김씨 사건 고발장에 이름을 올렸던 대깨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중 상당수가 개딸의 구성원으로 변신했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다. 당시 지지자들의 응원을 받았던 정치인 일부는 지금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극렬 지지자들은 당내 소수파를 공격할 때 "내부 총질을 했다"라는 이유를 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내부 총질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기들이 추종하는 정치인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적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그 정도도 점점 심해진다. 문자 폭탄과 집단적 전화걸기로 출발한 행태는 최근 직접 찾아가서 위력을 보이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의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서 견해를 밝히거나 개헌 논의와 같은 극히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할 때도 폭력적 대응을 일삼는 것을 어떻게 내부 총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과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보도된 몇몇 정치인들의 발언을 보면 아직 문제의 해결은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친문 중진 의원은 개딸 현상에 대해서 "팬덤 정치의 수혜자가 제어하고 정지시키기 위해서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양념 발언'을 할 때는 왜 이런 지적을 하지 않았나. 대깨문들이 하는 행태를 '문자행동'으로 옹호하던 친문 정치인에 대해서는 왜 침묵했나. 그의 비판이 설득력을 갖기 힘든 이유다.
어제의 대깨문이 오늘의 개딸이 되었다. 내일 또 어떤 형태의 집단으로 바뀔지 모른다. 자기들이 극렬 지지층의 응원을 받을 때 그들의 폭력적 행태를 지적하지 않고 외면한 민주당 정치인 누구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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