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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UFO가 나타났다!

입력
2023.04.01 00:00
22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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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1일 오후 2시, 남산타워 상공에서 번쩍이는 빛과 함께 UFO가 나타났다. UFO는 대리석으로 만든, 매끄럽고 흠집 없는 거대한 찐빵처럼 생겼다. UFO는 둥둥 떠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금방 익숙해졌다. 하긴 생각해보면, 한국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어진 북한의 전쟁 위협에도 이미 익숙해진 사람들이었다. UFO라고 익숙해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UFO에서 갑자기 전파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이 신호는 유니코드로 디코딩할 수 있었다.

UFO에 메시지를 보내면, UFO가 답을 하기도 했다! UFO는 수십 수백만의 메시지에 모두 답변을 해 주었다. 그것은 스스로를 지구를 연구하기 위해 온 연구선이라고 밝혔다. 그것의 메시지는 옛 오라클의 신탁과 비슷했다. 그것은 모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순식간에 UFO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졌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열광했다!

그때 서울시 중구에 살고 있는 S씨가 있었다. S씨는 다들 열심히 사는 20대를 술독에 빠진 채로 보낸 사람이었다. 그는 UFO가 오후 두 시에 자기 집으로 찔끔 들어오던 햇빛을 가려서 몹시 화가 나 있었다(물론 할 수 있는 행동은 없었다). 그런데 UFO가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는 걸 듣고, S씨는 그것이 자기 일생의 기회라는 걸 깨달았다.

그는 몇 년 전 세계를 휩쓴 암호화폐 열풍 때 그나마 모아둔 알량한 자산을 깨끗이 날려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S씨는 그 열풍에서 돈을 누가 버는지 관찰했다. 순전히 트레이딩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진짜로 돈을 버는 이는 바로 리딩방을 만들고, 코인 트레이딩하는 법으로 책을 쓴 사람들이었다!

S씨는 인생을 아낌없이 낭비하고 있는 친구들을 모았다. 유유상종인 법이고, S씨나 그 친구들이나 이력은 쑥대밭이었다. 이걸 어찌저찌 끼워맞추면 UFO랑 무언가 관련 있어 보이게 만들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천문학과 출신이었던 L씨는 졸업논문 주제로 외계 행성을 썼는데, 이걸 외계인 관련 논문 작성 경력이 있다고 말하는 식이었다.

완전히 조작도 아니지만, 완전히 진실도 아닌 경력을 가지고 S씨 일당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돈을 받고 UFO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해석하고, 이를 수익화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니까 그냥 수백 페이지짜리 책을 판다는 것이었는데, 그들은 그 페이지를 UFO의 모호한 메시지로 가득 채웠다. 다가올 UFO 시대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온갖 사람들이 펀딩 버튼을 눌렀다.

S씨는 1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 책을 산 사람들 중 거기 담긴 정보로 UFO 메시지를 정말 수익화한 사람은 없었지만(다 읽은 사람도 드물었다), 어쨌든 S씨는 그 책을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떠오르는 UFO 산업의 명사가 되었다. 그는 여기저기 강연을 나가면서 돈을 긁어모으기 시작했고, 곧 UFO가 햇빛을 가리던 집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물론 꽤 많은 사람들이 S씨를 비난했다. 어떤 작가는 칼럼에 대놓고 그걸 비아냥대면서 투덜대기도 했다. 하지만 S씨는 아무 상관없었다. 그래서, 그 작가는 몇 원을 벌었는데? 기회는 오직 노력하는 이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S씨는 잘 알았다.

※이 UFO를 현대의 챗GPT로 치환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심너울 SF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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