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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조원의 힘, 퇴직·기초연금 재발견에 국가 보장 노후 달렸다

입력
2023.04.03 04:30
25면

편집자주

오래 전부터 우리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연금개혁 : <3> 노후소득보장의 적정성

취약계층의 최소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이루려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통합적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기초연금은 노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취약계층의 최소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이루려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퇴직연금의 통합적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기초연금은 노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3층연금에 달린 소득보장· 지속가능 동시 달성
기초연금 20조원은 취약계층 두텁게 지원하고
국민·퇴직연금과 3대 축 이뤄 지속가능성 제고

연금개혁의 목표는 노후소득보장과 지속가능성이다. 이 둘은 상충하지만 적절히 결합시켜야 하는 게 사회정책의 과제이다. 어려운 일인 만큼 제도 진단과 해법 모색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형성된 연금개혁 논의 구도는 오히려 이를 어렵게 한다.

재정안정화 vs. 보장성 강화. 우리에게 익숙한 연금개혁의 대립 구도이다. 한쪽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인상하면서도 재정안정을 위해 소득대체율은 유지하자는 입장이고, 다른 쪽은 노후소득보장을 위하여 소득대체율도 함께 올리자는 입장이다. 부담자이자 미래 연금수령자인 시민들은 난감하다.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니. 재정안정도 보장성도 모두 필요한 일 아닌가.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여기서 진짜 문제는 연금개혁의 협소한 인식틀이다. 국민연금만을 두고 이야기하면, 소득대체율 유지 혹은 인상,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대립이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정부 연금위원회, 국회 연금특위, 언론 등에서 이 평행선이 되풀이되니 이제 시민들은 피로감마저 느낄 정도이다.

연금개혁에서 국민연금에 한정된 시야를 벗어나야 한다. 왜 노후소득보장을 국민연금에서만 해결하려 하는가. 예전에는 일반 시민에게 적용되는 공적연금으로 국민연금만 있었지만 2005년 퇴직연금이 도입되었고, 2008년 기초연금도 시작되었다. 퇴직연금은 1년 이상 고용된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법적 급여이고, 기초연금은 노인 70%에게 지급되는 의무제도이다. 어느새 한국에서도 시민의 경제적 지위에 따라 부여되는 3개의 법정 노후소득보장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퇴직연금과 기초연금은 결코 작은 제도가 아니다. 퇴직연금은 아직 연금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으나 2021년 고용주가 납입하는 기여금이 50조 원으로 국민연금 전체 보험료 수입 53조 원과 비슷하다. 기초연금도 2022년 지급액이 20조 원으로 같은 해 국민연금 급여지출 약 30조 원의 3분의 2에 이른다. 현실이 이렇다면 노후소득보장의 설계도 당연히 의무연금 삼총사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면 지속가능한 보장성 방안도 만들어질 수 있다.

퇴직연금 연도별 적립금 및 증감률

퇴직연금 연도별 적립금 및 증감률

우선 국민연금은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보다는 노동시장 주변부 '연금약자'의 보장성 강화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일부에서 노인빈곤이 심각하니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국민연금 수령액은 노동시장 격차를 반영하기에 평균소득 미만 가입자에게는 실제 인상 효과가 크지 않다. 또한 소득대체율 인상은 보험료율 인상을 수반하기에, 현재도 보험료율 책임을 다하지 않는 현세대가 추가로 소득대체율을 올리겠다는 건 무책임하다. 그 대신 여성, 실업자, 군복무자에게 제공하는 연금크레딧을 늘리고, 본인이 전액 납부하는 도시지역 가입자의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여 연금약자의 가입기간을 늘리는 실질 소득대체율 강화에 힘써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공공재정을 현세대가 마련한다면 계층 간 보장성 격차를 줄이면서 세대 간 형평성도 도모할 수 있다.

기초연금은 소득이 적은 노인을 두껍게 지원하도록 개편하자. 현행처럼 소득보장제도임에도 대상이 노인 비율로 정해지는 건 적절하지 않다. 소득보장 목표 수준을 정하고 대상은 하위계층으로 집중하는 최저보장소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노인빈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초고령 사회의 지출 증가도 관리할 수 있다. 퇴직연금도 점차 연금으로 발전시켜 가자. 일정 적립액이 쌓여야 연금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만큼 시간은 걸릴 것이다. 현재 허용된 중간 인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은퇴 이후 연금방식 수령을 유도한다면, 서구 나라처럼 노후소득보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픽=김문중기자

그래픽=김문중기자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 강화, 기초연금의 최저보장소득 전환, 퇴직연금의 연금화가 앞으로 우리 노후를 지킬 연금 삼총사의 과제이다. 이는 현세대가 미래 지출 규모를 결정하는 국민연금에서는 재정안정화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세 의무연금을 조합하여 노후소득보장을 달성하는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이러면 하위계층은 최저보장소득과 국민연금을 합쳐 일정 소득을 보장받고, 중간계층 이상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하여 적정 소득을 얻을 수 있다.

평행선만 달리는 연금개혁 논의에서 적정한 노후소득보장 방안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리의 시야를 연금 삼총사로 넓히면 된다.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로 노후소득보장을 구현하자.

글 싣는 순서-연금개혁

<1> 왜 연금개혁인가? (윤석명)
<2> 연금개혁 국제동향 (윤석명)
<3> 노후소득보장의 적정성 (오건호)
<4> 다층적 노후소득체계 (양재진)
<5> 국민연금과 노후소득보장 (김태일)
<6> 세대형평·공적연금 지속성 (이창수)
<7> 국민연금기금 효율적 운용 (박영석)
<8> 3대 직역연금과 국민연금 (윤석명)
<9> 노동·교육개혁과의 연계 (이근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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